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대표이사 박준모 조만호)가 뷰티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CJ올리브영을 넘보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무신사는 지난 9월 개최한 '무신사 뷰티 페스타'에서 3주간 전년대비 5.8배의 거래액 성장을 기록하며 뷰티 시장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서울 성수동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거점을 확대하며 올리브영과 정면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첫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일본 도쿄 긴자에 열고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하는 등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과의 투자 계약에서 올해까지 약속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글로벌 종합 패션·뷰티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보 대행사에서 패션 선도 기업으로…무신사 스탠다드 월매출 120억 돌파
무신사가 빠른 속도로 패션·뷰티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패션 브랜드 홍보 대행사로 출발한 무신사는 이제 유니클로의 면적당 매출을 뛰어넘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 10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월 매출 12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전국 16개 매장을 방문한 고객수도 141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고물가 시대 SPA 브랜드 선호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무신사는 이러한 트렌드를 정확히 포착하고 지난 2021년 5월 첫 오프라인 매장인 홍대점을 시작으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특히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주효했다. 무신사는 트렌디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2030세대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또한 SNS 마케팅과 인플루언서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오프라인 점포 누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5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지난해 매출 993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21% 증가했지만, 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입점 업체와의 불공정 거래 논란 등 기업 이미지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넥스트 뷰티'로 승부수 던진 무신사...성수동서 뷰티 빅뱅 예고
무신사가 뷰티 시장에서 CJ올리브영과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특히 성수동이 주요 격전지로 떠올랐다. CJ올리브영이 오는 22일 국내 최대 규모의 '올리브영N성수' 매장을 오픈하는 데 맞서, 무신사는 내년 성수동에 2000평 규모의 대형 편집매장을 준비 중이다. 이 매장에는 패션 제품과 함께 뷰티 전문 섹션이 들어설 예정으로, 남성과 여성을 아우르는 종합 패션·뷰티 플랫폼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할 전망이다.
무신사의 향후 전략은 '넥스트 뷰티'다. 대기업 중심의 메가 브랜드 시대를 넘어 인디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패션 플랫폼에서 쌓은 중소 브랜드 육성 노하우를 뷰티 시장에 접목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로 지난 9월 진행한 '무신사 뷰티 페스타'에서는 참여 브랜드의 80%를 신생 중소기업으로 구성, 행사 기간 중 참여 브랜드들의 평균 거래액이 전년대비 7.2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패션과 뷰티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도 주효하다. 무신사는 패션 브랜드와 뷰티 브랜드 간 협업을 적극 추진하며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기존 패션 플랫폼의 강점을 살려 남성 고객을 뷰티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이번 뷰티 페스타 고객 중 27.5%가 남성일 정도로 맨즈 뷰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만 올리브영의 아성에 도전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올리브영과 특수 관계에 있는 브랜드의 협력을 끌어내는 일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무신사는 이미 패션 시장에서 오프라인 구매가 주류였던 시대에 온라인 커머스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여기에 자체 뷰티 브랜드 '오드타입'의 일본 진출이 확정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IPO 앞둔 무신사, 조직 쇄신으로 제2도약 준비...5조원 기업가치 전망
무신사는 내년 상반기 IPO를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조만호 창업자(글로벌&브랜드 사업)가 의장으로 복귀하고 박준모 대표(무신사스토어와 29CM 등 플랫폼 사업)와 투톱 체제를 구축하며 경영 쇄신에 나서는 등 각 대표의 전문성을 살린 역할 분담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법무·대관·언론홍보를 담당하는 RM본부를 신설하고 이재환 RM본부장, 이승진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IPO를 위한 조직 정비에 나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세콰이어캐피탈(이하 세콰이어)은 지난 2019년 무신사에 1400억원을 투자하며 ‘투자자 이익 제고를 위해 2024년까지 상장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을 넣었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세콰이어는 상환전환우선주 1400억원 중 938억원을 풋옵션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조건은 가치가 1조원 미만인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넣은 것이다. 무신사는 최근 벤처기업 스톤브릿지벤처스로부터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세콰이어도 투자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콰이어 입장에서는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받은 뒤 상장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무신사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뷰티 사업 확장과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일본 도쿄 긴자에 첫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으며, 무신사를 비롯해 무신사 글로벌, 29CM, 솔드아웃 등을 하나의 '코어'로 통합하는 'OCMP(One Core Multi Platform)' 구축에도 착수했다. 특히 향후 3년 이내 전체 임직원의 40% 이상을 테크 인력으로 구성하는 등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IPO 성공을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 무신사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다. 17개 계열사 중 12개가 적자를 냈으며, 특히 한정판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에스엘디티는 3년간 866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무신사는 자회사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수익성이 높은 자체 브랜드(PB)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신사 스탠다드를 중심으로 한 PB 사업 강화와 뷰티 시장 확대, 글로벌 진출 등 다각화 전략이 성공한다면 목표로 하는 5조원대 기업가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