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로 개인사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시중 은행 연체율이 오름세인 가운데 자영업자 연체율은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12번 연속, 1년 5개월 28일 동안 이어진 ‘역대 최장’ 기간 금리 동결이다.
이에 지속된 고금리 상황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업자 중 1년 내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은 월평균 2만5713명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2만895명보다 23.1% 늘었다. 코로나19 한파 속 정부 지원 및 저금리 대출로 연명하던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높은 이자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 절차를 밟게 된 영향이 크다.
정부에서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이 혜택받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누적 지원실적은 1조6223억원으로, 전체 대출 공급 목표액인 10조6000억원 중 15.3%에 그쳤다.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은 금융위원회가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진행하는 대환보증 사업으로,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기업으로 정상 경영 중인 차주의 금리 연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최대 연 5% 이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준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저조한 실적의 원인으로 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을 꼽는다.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은 신보의 보증 비율이 90%, 은행 10%의 보증 부담이 있다. 차주가 대출을 갚지 못하면 10%는 은행이 부담해야 된다는 의미다. 연체율이 높아지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등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이 하락할수록 은행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대환을 거절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6월 말까지 전체 대환대출 신청 건수의 7.7%가량이 실행되지 못했다.
시중은행에서 외면받은 중·저신용자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제2금융권의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계속 걸어 잠그는 가운데 중·저신용자 자영업자들은 금리가 높은 카드·캐피털 업계로 몰리고 있다.
지난 5월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0조 5천억원으로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고, 돌려막기 성격의 카드론 대환 대출 잔액 역시 1조9000억원으로 1년 사이 6000억원이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고금리로 대출을 돌려막는 상황이다.
높은 물가와 고금리, 경기침체까지 더해져 매출 하락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커진 금리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과 가계대출, 부동산 불안 영향이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은 언제가 될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