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대표이사 김슬아)가 처음으로 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IPO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초 IPO를 무기한 연기해 적자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이 이어졌다. 실제 외형 성장과 함께 영업적자 폭이 커져 장외시장에서 2021년 주당 11만 9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만 3000원대로 주저앉은 상황이었다. 이번 흑자 전환은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아마존식 '의도된 적자' 전략을 쿠팡에 이어 컬리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컬리가 유니콘 기업에서 반등의 아이콘으로 각인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컬리, 사상 첫 분기 흑자... 창원·평택 물류센터 오픈으로 효율성↑
컬리가 2015년 설립 이후 9년 만에 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5381억원, 영업이익 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0.09% 개선됐다. 컬리의 이번 실적은 사업 다각화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도 힘쓴 결과이다. 컬리는 지난해부터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 구축을 위해 수익원 다각화, 운반비 및 지급수수료 절감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운반비와 지급수수료 비용은 올해 1분기 638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운반비 등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1.5%p 하락한 11.9%를 기록했다.
지난해 오픈한 창원과 평택센터를 통한 물류 효율 개선의 영향도 컸다. 최신 자동화 설비 등이 도입되면서 생산성 증대와 배송 효율화, 안정화 등을 이뤄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송파 물류센터의 철수로 비효율적인 비용 집행을 없앤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평택물류센터는 첨단·자동화수준, 건축물의 구조적 성능, 친환경성·안전성 등의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국토교통부로부터 '스마트물류센터' 1등급 인증을 획득했다.
컬리는 올해 자체적인 현금 창출력에 기반한 성장성 강화와 미래 동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퀵커머스·멤버십 개편 전략...아마존·쿠팡 전략 벤치마킹
지난 2022년 컬리는 신선식품 버티컬 커머스에서 자체 뷰티 채널인 '뷰티컬리'를 출시하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화장품은 고객들이 특정 브랜드의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해도 같은 시리즈의 클렌징 제품이나 토너 등을 함께 구매하는 등 교차구매율이 높고, 재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컬리는 화장품을 신선식품 대비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뷰티컬리는 '최저가 챌린지'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최저가 챌린지는 '최저가 도전 스티커'가 부착된 상품의 구매 가격이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최종 할인 가격보다 높으면 차액을 적립금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최저가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올해 2월에 열린 뷰티컬리페스타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22% 증가했으며, 구매한 고객수도 4만명 늘어나 20만명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패션에 이어 퀵커머스(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이내로 배송지에 상품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상거래 서비스) '컬리 나우'로 사업 영역을 확장,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 일부 지역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마트 '쓱고우', 롯데마트 '바로배송' 등 대형 유통업체가 퀵커머스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는 시점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그간의 노하우와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판단된다. '미식 딜리버리', '오늘 저녁 뭐먹지' 등 시범 서비스를 통해 당일 배달 수요를 확인한 바 있었던 컬리는 기존 고객은 물론 잠재 고객도 ‘컬리온리’의 HMR(가정 간편식),생필품, 뷰티제품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컬리는 향후 기존의 카테고리 다각화와 수익성 극대화보다는 내실 위주의 외형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러한 전략은 초기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외형을 키운 후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선다는 아마존식 '의도된 적자'로, 쿠팡도 같은 전략을 취했다. 쿠팡은 먼저 시장을 장악한 후 주요 수익원인 유료멤버십 로켓와우 서비스 가격을 인상해 큰 수익을 올렸다. 컬리는 점유율 확대와 유료 멤버십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샛별배송 권역 확대와 '컬리멤버스' 제도 개편, 로열 고객을 위한 멤버십을 신설할 예정이다.
◆컬리 흑자전환하며 김슬아 대표 지분 움직임에 눈길
컬리가 흑자전환하면서 김슬아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김슬아 대표의 지분은 5.69%이다. 오너 경영자의 지분이 30%미만이면 기업가치평가에 디스카운트 요인이다. 외부 투자자들이 경영권 안정성을 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잠식시킬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어떤 식으로 변경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컬리를 이끌고 있는 김슬아 대표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김 대표는 골드만 삭스 근무 당시, 승진이 결정된 날 돌연 사표를 냈다. 승진하면 어떤 업무를 하게 되냐는 질문에 "지금과 똑같은 일을 1년 정도 쉬면서 하면 된다"는 상사의 대답을 들은 직후였다.
이후 테마섹홀딩스와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기업의 성장 전략과 신사업 개발 등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던 김슬아 대표는 도전의 방향을 창업으로 돌렸다. 맞벌이 부부로 장보기가 불편했던 경험이 창업 아이디어의 출발점이었다. 장을 보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방법을 고민하다가 모든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대인 새벽배송 서비스를 아이템으로 잡았다. 결국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어떻게 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컬리 창업이라는 도전으로 이어졌다.
퀵커머스, 하루배송 서비스 지역 확대, 유료 멤버십 파격 개편 등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김 대표의 공격적 투자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