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대표이사 김인수)이 지난 몇 년간의 실적 부진을 뒤로 하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큰 폭으로 개선되며 드라마틱한 역전을 이뤄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22년 말에 성사된 글로벌세아그룹 편입이 호성적의 발판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익 안정성 측면에서도 발전이 기대된다는 평이다.
쌍용건설의 지난 10년 실적은 '롤러코스터'를 연상시켰다. 특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으로 대표되는 수익성 부문에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쌍용건설은 당기순손익 기준 적자전환 3회, 흑자전환 4회를 기록했다. 영업손익 기준으로도 적자전환 2회, 흑자전환 3회로 들쭉날쭉했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쌍용건설의 반전을 기대하는 의견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글로벌세아그룹으로 편입된 것이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쌍용건설은 편입 이후 해외 사업 실적이 급증하면서 상승기류를 형성했다. 또 최근 KT와의 공사비 관련 맞소송 이슈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쌍용건설의 향후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당기순익 439억…4년만에 흑자전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4715억원, 영업이익 3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8.0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을 800억원 이상 끌어올리며(2022년 영업손실 450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21년 적자전환 이후 2년만의 일이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1000억원 가까이 증가해(2022년 -547억원 → 2023년 439억원) 4년만에 흑자전환했다.
해외수주도 대폭 증가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쌍용건설의 해외수주액은 총 3억8510만달러(약 5273억원)로, 지난 2022년(1억2000만달러. 약 1642억원) 대비 220.92% 상승했다. 550억원 규모의 수주만을 기록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약 10배가 늘어난, 그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한 성장이다.
쌍용건설은 지난 몇 년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지난 2021년에는 11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최근 5년 중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고, 2022년에도 45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점이던 해외수주도 매년 약 5~7%가량 감소하며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세아 편입→해외사업 재가동…안정감 높여 '명가' 재건한다
이같은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지난 2022년 말 성사된 쌍용건설의 글로벌세아그룹 편입이 크게 작용했다.
쌍용건설은 지난 2022년 12월 글로벌세아(회장 김웅기)를 세 번째 주인으로 맞았다. 체질 개선 필요성을 지적 받아온 만큼 편입 이후 업계 경험이 풍부한 타 건설사 출신들을 영입하는 등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6월 현대건설 출신 우상희 전무를 해외본부장으로 영입하고, 7월에는 마찬가지로 현대건설 출신인 김인수 대표를 선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우상희 본부장은 현대건설 근무 당시 싱가포르 사우스비치 복합개발 현장소장, 삼성동 신사옥추진사업단 등을 거친 이력이 있다.
인재 영입과 더불어 세계 각지에 해외 법인을 둔 그룹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해외 경쟁력 강화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난해 거둔 수주 중 대표 사업건만 해도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 ‘적도기니 몽고모권역 상하수도’ 공사(약 1270억원 규모)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고급 주거시설 ‘PLOT6 럭셔리 레지던셜 타워’ 공사(약 1513억원 규모) 등이 있다. 주로 중동 지역을 주 타겟으로 삼으며 수주를 따냈다.
쌍용건설은 이를 통해 해외 사업 기틀 강화는 물론, 수익성 기복 개선을 통한 안정성 회복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지난 2022년 10월 쌍용건설의 전 주주인 두바이투자청(ICD)과 지분, 가격, 향후 운영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 쌍용건설의 최대 주주로 거듭났다. 현재 쌍용건설에 대한 글로벌세아의 지분율은 89.98%이다.
◆"공사비 협상 불성실" vs "부당한 증액 요청"…KT와 맞소송전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 건을 두고 KT(대표이사 김영섭)와 소송전을 앞두고 있다.
KT는 지난 10일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자사의 판교 신사옥 건설 과정에서 쌍용건설에 공사비를 조기 지급했기 때문에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쌍용건설은 앞서 지난 2020년 KT의 판교 신사옥 공사 건으로 KT로부터 입찰 초청을 받아 7개 건설사와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단독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결정된 최종 공사비는 967억원으로 약 31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해 4월 준공됐다.
이 과정에서 쌍용건설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KT측에 수 차례 공문을 통해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공사비 171억원 증액을 추가 요청했다. 도급계약 체결 이후 불가항력적 요인(코로나19 사태, 전쟁 등)으로 인한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자재 반입 지연, 노조파업, 철근콘크리트 공사 중단 등 추가적인 악조건들로 인해 원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KT는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 45억5000만원 및 공기연장(100일) 요청을 수용했고 이를 포함한 공사비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측은 KT가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이유로 추가 증액분에 대해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이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말한다.
쌍용건설은 지난 10일 배포된 입장문을 통해 "KT는 금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쌍용건설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함으로써 공사비 분쟁에 대한 협상의 의지 자체가 없음을 드러냈다"며 KT 본사 집회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KT 판교 사옥 앞에서 공사비 지급 요구 시위를 열기도 했다.
향후 KT와의 맞소송 결과와 글로벌세아그룹 편입 이후의 안정성 회복 여부에 따라 쌍용건설의 미래가 결정될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명가' 재건을 위한 쌍용건설의 행보에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