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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⑦GS그룹, '가족 경영'으로 재계 8위...신사업 가시화는 언제쯤?

- 2004년 그룹 출범 19년만에 재계 8위 성과...매출액 95조

- GS리테일, 요기요·어바웃펫 인수했지만 아직 적자

  • 기사등록 2023-06-14 08: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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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더밸류뉴스=이민주 신현숙 기자]

한국 재계에서 '가족 경영(family business)' 방식을 유지하면서 '사이즈'가 가장 큰 대기업집단은 GS그룹(회장 허태수)이다. 


GS그룹 지주사 ㈜GS 지분은 허씨 일가 40여명에게 각각 낮은 한 자리수로 분산돼 있으며 허씨 가족들간의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가족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오너 한 사람이 최대 지분을 쥐고 1인 리더십으로 경영되는 대다수 '오너 경영'과는 다른 형태이다.


가족 경영은 기업 성장과 영속성에 효과적일까?


GS그룹에 관한 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까지는 'Yes'이다. 


◆재계 10위권→8위 점프... 매출액 95조, 계열사 95개 


GS그룹은 2004년 7월 LG그룹에서 정유·주유소(LG칼텍스정유), 유통(LG유통), 건설(LG건설) 등이 분리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공정거래법에 의한 계열 분리는 이듬해 이뤄졌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났다. GS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발표에서 8위를 기록했다. 그룹 전체 매출액 94조700억원, 계열사 95개, 자산총계 81조8360억원이다. 2004년 출범 당시 그룹 전체 매출액이 20조원이 채 되지 않았고 자산총계 18조원, 계열사는 15곳에 불과한 것에 비해 점프한 것이다. 당시 재계 순위는 10위권이었다.  


GS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GS그룹이 이같은 성장을 이룬 비결로는 허창수 전 회장을 중심으로 허씨 경영인들이 각자 미션을 충실히 수행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유교적 전통도 분란없는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허창수 전 회장은 2004년 GS그룹 초대 회장에 취임해 지난 2019년 12월 퇴임까지 15년 동안 'GS그룹 총수'로 재임했다. 


허창수 전 회장의 재임 기간동안 GS그룹은 신사업보다는 기존 사업 키우기에 주력해왔다.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넌다'는 허씨 가문의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GS그룹 주요 계열사의 매출액 순위를 매겨보면 정유·주유소 사업을 영위하는 GS칼텍스(58조5320억원)가 압도적이고 이어 GS건설(12조2991억원), GS리테일(11조2264억원), GS글로벌(5조709억원), GS이앤알(2조5726억원) 순이다. 2004년 그룹 출범 당시와 비교해 사업 포트폴리오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쌍용을 인수해 사명 변경한 GS글로벌이 사실상 유일한 신사업이지만 아직까지 그룹 내 비중이 크지 않다. 


GS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년 K-IFRS 연결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허태수 회장 신경영 움직임... 요기요·어바웃펫 인수, GS홈쇼핑 합병 


그런데 2019년 '허태수 회장' 체제 출범 전후로 이같은 보수적 스타일에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우선 GS리테일(대표이사 허연수 김호성)이 2021년 8월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30%를 3000억원에 인수했다.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이전까지 GS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가 대부분 중도하차한 것에 비하면 달라진 모습이다. 이후 GS리테일은 GS홈쇼핑을 합병하고 요기요와 배달앱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너지를 추진하고 있다. GS리테일의  요기요 인수에는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GS리테일은 2018년에는 애완동물 펫숍 어바웃펫을 50억원(24.7%)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 지분을 추가 매입해 90%로 늘렸다. 


서울 역삼동 GS타워 로비에서 직장인들이 담소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이같은 변화 움직임은 그간 GS그룹에서 정유사업 비중이 너무 커 GS칼텍스에 의해 그룹 전체 실적이 좌우되고 있고, 비즈니스 환경 급변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GS그룹은 2004년 출범 이후 성장해왔지만 한편으로는 피어그룹(peer group·비교그룹)으로 거론되는 한화그룹에 재계 순위가 밀린 것도 사실이다. 2016년 무렵부터 한화그룹은 GS그룹을 앞서기 시작했다. 올해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한화그룹(7위)은 GS그룹(8위)에 앞서 있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금융감독원]

◆한화그룹에 재계 순위 밀려... 신사업·합병 성과 아직 물음표


신사업이나 합병 성과는 아직까지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컴바인드딜리버리플랫폼인베스트먼트(CDPI)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2640억원, 영업손실 1116억원을 냈다. 배달 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이 영업이익 4241억 원을 내며 3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어바웃펫은 지난해 매출액 456억원, 영업손실 302억원, 당기순손실 3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비 77% 증가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전년비 두 배 가량 급증했다. 


GS그룹의 '빅3'는 GS칼텍스, GS리테일, GS건설이다. 


GS칼텍스는 허세홍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GS칼텍스는 1967년 국내 최초 민간 정유회사로 출범했고 정유, 윤활유,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재 2157개의 주유소와 352개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매출액 가운데 해외 비중이 70%가 넘는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 운영사이며 CU와 더불어 국내 편의점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허연수 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GS리테일측은 "동네 가게에서 편의점 전환을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직 성장 여력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GS칼텍스에 이어 매출액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급여, 복지 등에서는 GS칼텍스에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을 완료한 GS홈쇼핑과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정기적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GS건설은 'GS' 상호를 사용하고 있지만 GS그룹 계열사는 아니며 허창수 전 회장의 개인 회사 성격을 갖고 있다. 허창수 전 회장(8.28%)과 그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사장(1.56%) 합산 지분율이 가장 많다(10.14%). 이밖에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3.55%),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2.84%), 허태수 GS그룹 회장(1.79%), 허정수 GS네오텍 회장(1.51%)이 지분을 갖고 있다. GS건설은 건설업계에서 존재감이 상당하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5위를 기록했으며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갖고 있다. 허윤홍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GS글로벌은 무역업을 영위하고 있고 GS이앤알은 석유 유통과 자원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GS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GS그룹은 계열사 교류가 거의 없는 편이다. 대부분의 재벌 그룹이 그룹 단위로 공채 시기를 맞추는 데 반해, GS는 딱히 서로 기간을 맞추지 않는다. 


미국 하버드대의 데이비드 랜디스(David S. Landes) 교수는 '기업왕조들: 글로벌 가족기업들의 행운과 불행'에서 "가족 기업은 선(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악(惡)도 아니며 기업 성과에 따라 평가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의 중요성의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가족 기업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며 "외부 인재 영입을 확대하고 혁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족 기업이 영속 기업(going concern)으로 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GS그룹이  성과를 낸다면 가족 기업의 새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hs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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