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대표이사 김영주)의 매출액에서 단일 품목으로 가장 큰 비중(9.3%)을 차지하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가 올해 9월 특허만료되면서 향후 종근당 실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근당은 매출액 기준으로 유한양행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K-IFRS 별도 기준).
◆당뇨치료제 자누비아 올해 9월 특허만료...단일 품목 매출액 1위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의 당뇨병 신약(일명 '오리지널') 자누비아가 올해 9월 특허 만료된다. 신약이란 특허 보호를 받는 의약품으로 신약이 특허 만료가 되면 제네릭(generic)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제네릭이란 성분은 신약과 동일하지만 특허 보호를 받지 않는 복제약을 말한다.
제약업계에서는 오는 9월 자누비아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자누비아와 성분이 사실상 동일한 제네릭의 품목 허가 건수가 100개에 이르고 있다.
자누비아는 종근당 매출액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효자 품목이다. 지난해 종근당의 품목별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자누비아가 1위(9.3%)를 차지했다. 금액으로 1385억원이다. 이어 케이캡(8.2%. 위식도역류질환), 프롤리아(6.4%. 골다공증), 글리아티린(5.5%. 뇌혈관질환), 아토젯(5.4%. 고지혈증), 딜라트렌(3.6%. 고혈압), 이모튼(3.2%. 골관절염) 순이다.
◆자가면역치료제(CKD-506) 등 후속 신약 줄줄이 대기
그렇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자누비아 특허만료가 종근당 매출액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누비아의 뒤를 잇는 신약 론칭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쏟고 있는 대표적 신약 개발사이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10%가 넘는 곳은 대웅제약, 한미약품, 녹십자, 일동제약, 동화약품, 유나이티드제약, 신풍제약 등 10여곳에 불과하다.
종근당이 개발에 나선 신약 가운데 임상 3상을 통과한 품목은 CKD-828(고혈압. 2022년 한국승인). CKD-351(녹내장. 2018년 한국승인). CKD-371(당뇨. 2022년 한국승인). CKD-398(당뇨. 2017년 한국승인)의 4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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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3상 이전 단계에 있지만 론칭은 오히려 앞설 것으로 전망되는 신약도 있다.
자가면역치료제 ‘CKD-506’은 유럽 임상 2상 단계로 종근당의 3번째 국산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CKD-506은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을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을 조절하는 티(T)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면역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치료제다.
또, 사르코마리투스(CMT)·심장질환 치료제 ‘CKD-510’도 유럽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CKD-510은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와 심장질환 치료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는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돼 정상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희귀질환이다. 현재까지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
신약 임상 시기는 CKD-506이 앞서고 있지만 CKD-510은 혁신성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통증 관리 및 요독성 소양증 치료제 ‘CKD-943’은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카라쎄라퓨틱스와 국내 독점개발·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종근당의 이들 신약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출시돼 자누비아의 특허만료를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년 2위' 돌파구는 바이오... 연구센터 'Gen2C' 오픈
종근당의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1조4883억원, 영업이익 1099억원, 당기순이익 800억으로 전년비 각각 10.8%, 16.0%, 88.8% 증가했다(이하 K-IFRS 연결). 종근당의 최근 5년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은 8.48%이다. 조(兆) 단위 매출액을 가진 기업이면서도 매출액 증가율이 두 자리수에 육박한다.
그렇지만 이같은 실적 개선에도 종근당은 매출액 기준으로 '만년 2위'인 것도 사실이다. 국내 제약업계 1위이자 '매출액 지존(至尊)'에 해당하는 유한양행이 '더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의 고민에 여기에 있다.
종근당은 이 문제의 돌파구를 바이오에서 찾고 있다. 신약 개발 범위를 기존의 합성신약에서 나아가 첨단 바이오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종근당은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서울성모병원에 유전자 치료제 연구센터 ‘Gen2C(Gene to Cure)’를 개소하고 미래성장동력인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을 본격화했다. 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종근당은 유전자 치료제 연구센터를 통해 미충족 수요가 높고 기존의 방법들로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타겟(Undruggable Target)의 희귀∙난치성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 및 임상시험과 관련해 산학연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고 국내∙외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공동개발도 진행한다. 종근당 관계자는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지난 2021년 75억 달러에서 오는 2026년 약 556 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약 49.1%의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종근당은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시나픽스(Synaffix)의 ADC플랫폼 기술 도입 계약을 공시했다. ADC는 특정 항원에만 결합하는 항체에 치료효과가 뛰어난 화학약물(Payload)를 결합해 약물이 항원을 발현하는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로, 특히 시나픽스의 ADC플랫폼은 항체-페이로드 결합 과정에서 항체 변형이 불필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항체-약물 접합체 시장은 지난해 약 8조원(약 58억1000만 달러) 규모이며 오는 2026년에는 약 17조9000억원(약 1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연평균 22%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은 올해 매출액 1조6073억원, 영업이익 1211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예상과 관련, 종근당은 “그간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