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장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고,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올해 9월 SK이노베이션∙SK바이오팜∙SK E&S 등에서 ‘마지막’ 공채 일정을 진행했다. SK그룹은 올해 하반기 공채를 마지막으로 내년부터 계열사별로 필요한 인력에 따라 수시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수시 채용으로 전환해 지난 2월과 6월, 8월에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이로 인해 내년부터 국내 5대 그룹 중 공채 일정을 유지하는 기업은 삼성 단 한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2019년부터 공채 제도를 폐지했고 LG그룹도 지난해 공채를 없애고 상시채용 제도를 선택했다. 롯데그룹 역시 올해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공채 제도와 작별을 기했다. 삼성은 지난 8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3년간 4만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채 제도 역시 유지해 안정적인 청년 일자리 유지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들의 상시 채용 전환 선언에도 취업난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약 32.20%만 채용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은 기업은 54.50% 였고 채용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은 기업도 13.30%에 달한다. 반대로 수시 채용 활용 기업 비율은 63.60%로 전년비 11.10% 증가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비 21.80% 감소했다. 고용률은 60.10%로 8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실업률은 최근 10년간 상승해 지난해 4%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취업자 수가 전년비 증가하고 청년실업률이 낮아지는 등 주요 지표가 조금씩 회복되고는 있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낮은 기저 효과가 반영된 영향이 크다. 일일 확진자 2~3000명을 오가는 코로나19 추세와 기업의 수시 채용 전환 트렌드를 생각하면 고용 시장 위축은 한 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취업 시장에서 직무 관련 경험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인사관리(HR) 관계자는 “최근 주요 기업의 수시 채용 전환 사례와 같이 갈수록 그룹별 채용보다는 계열사간 수시 채용으로 전환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지원자들은 관심 있는 회사의 직무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