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대표이사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가 미국 인텔을 꺾고 전세계 반도체 1위를 탈환했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 4만명 신규 채용'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Q 반도체 매출액 글로벌 1위... 인텔 2위
24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반도체 사업 매출액이 202억9700만달러(약 24조원)를 기록하며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 1위에 올랐다. 인텔은 2위로 내려앉으며 193억400만달러(약 22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에서 인텔을 넘어선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견인했다. 특히 삼성전자 주력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D램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2분기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은 17조8797억원 전분기비 23.9% 증가했다.
반도체는 정보 저장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 처리 용도로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NAND Flash)가 대표적이다. 낸드플래시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저장된다. 반면 ‘휘발성 메모리’인 D램은 초단기 저장장치로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만 데이터가 유지된다.
인텔은 PC용 중앙처리장치(CPU)에 주력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인 CPU는 컴퓨터의 정중앙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한다. 인텔은 1993년부터 24년간 글로벌 반도체 1위를 유지해왔으나 2017년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에 1위를 내준 바 있다. 이후로도 삼성전자는 2018년 3분기까지 6분기 동안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8년 4분기 인텔이 다시 1위를 탈환했고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또 다시 1위로 올라섰다.
현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당분간 1위를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IC인사이츠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높은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3분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출액 223억달러(약 26조3000억원)를 기록해 인텔과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운드리 공격적 투자…美 20조 투자
반도체 기업은 △설계 전문 팹리스(Fabless) △위탁생산 전문 파운드리(Foundry) △설계, 생산 등 전 과정을 수행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로 나뉜다. 주력 제품은 다르지만 삼성전자와 인텔은 IDM이다. 이에 향후 파운드리 사업이 1위를 가를 전망이다. 지난 3월말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는 대만 TSMC로 55%다. 이어 삼성전자 17%, UMC 7%, 글로벌파운드리 5% 등 순이다. 인텔은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인텔 모두 파운드리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인텔의 경우 올해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최소 200억달러(약 23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제조공장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포함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향후 파운드리 성과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는 3분기부터 두각을 보일 전망이다. 지금까지 분기 평균 매출 5조원 미만,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에 불과했으나 3분기부터는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률,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 달성 등이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약 25조5190억원, 9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만 10억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의 경우 보유 재고 부족으로 인한 출하량 부진이 예상되지만, 가격이 상승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고 낸드는 가격 상승과 128단 양산 본격화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반영될 것”이라며 “비메모리 부문도 수요 성수기에 진입하며 출하량이 증가하고 일부 고객들과의 파운드리 계약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3년간 240조 투자, 4만명 채용"
24일 삼성은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총 240조원으로 확대하고, 4만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에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삼성의 장기 발전을 위해 투자와 채용 계획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첨단 혁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산업구조 개편을 선도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업’ 역할을 준비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방안은 관계사 이사회 보고를 거쳤으며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40조원 중 180조원은 국내에 투자한다. 이번 투자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반도체 비전 2030’ 등이 포함된 내용이다. 순수하게 증액된 금액은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3년간 총 180조원을 투자했으며 그중 국내 투자는 130조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투자∙채용 확대→실적 개선'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