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대표이사 최현만 김재식)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돌파하면서 '지존(至尊)' 반열에 올라섰다. 1999년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자본금 500억원으로 창업한 지 약 22년 만에 몸집을 200배 불린 것이다. 향후 미래에셋증권이 IMA(종합금융투자계좌) 라이선스를 받아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퀀텀점프할 것인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 최초 '자기자본 10조'... 업계 지존(至尊)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연결기준 자기자본(자본총계) 10조1401억원으로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다고 공시했다. 전년비 4347억원(4.48%) 증가했다.
자기자본 10조원은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한 증권사 '빅5'(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의 평균 자기자본 6조6814억원을 150% 이상 상회하는 수치이다. 주요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6조1764억원), NH투자증권(6조1386억원), KB증권(5조2668억원), 삼성증권(5조6850억원) 순이다. 2위와의 격차가 워낙 벌어지다 보니 증권업계 순위가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자기자본이 중요한 이유는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 때문이다.
승수효과란 한 가지 요인이 연쇄적으로 변화를 불러 일으켜 최종적으로 '메가톤급'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1원이면 부채를 10배(10원) 조달할 수 있고, 증권사에게 '부채=실탄'이다. 자기자본이 조금만 늘어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실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증권사는 늘어난 실탄으로 브로커리지(중개업), IB(투자은행), 증권∙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이익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이번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10조원 돌파에 증권업계 종사자들이 의미를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자기자본 10조원 돌파로 '초격차'를 확보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2Q 영업익 4343억원, 전년비 12%UP... 역대 분기 최대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역대급 실적 덕분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2조6374억원, 영업이익 4343억원, 순이익 3564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63.44%, 12.19%, 17.2% 증가했다.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이다. 자기자본이란 결국 '기업이 벌어 들이는 이익이 쌓이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익이 급증하다보니 자기자본 1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예상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16조2674억원, 영업이익 1조3579억원, 당기순이익 1조361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과 유사하고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21.16%, 24.09% 증가한 수치이다. 예상 영업이익률 8.34%이다.
◆IMA(종합금융투자계좌) 라이선스 받으면 한국의 '골드만삭스' 점프
이제 증권업계는 '든든한 실탄'을 가진 미래에셋증권의 향후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우선 관심사는 미래에셋증권의 'IMA(종합금융투자계좌)' 사업 진출 여부이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보장 의무를 지고 고객 예탁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통합계좌를 뜻한다. 증권사는 금액 한도 없이 고객예탁자금을 통합해 운용하고 수익을 지급하면 된다. 미래에셋증권이 IMA 인가를 받을 경우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지급하면서 원금까지 보장해 시중 은행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기업금융 업무에 필요한 재원을 개인으로부터 조달할 수 있는 만큼 자기자본 이상으로 투자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MA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8조원’이라는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로선 미래에셋증권만이 유일하게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향후 수년간은 자기자본 8조원을 갖춘 경쟁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없다. 미래에셋증권이 IMA 라이선스를 받는다면 '지존'을 넘어 한국의 '골드만삭스'라는 전인미답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최근 IMA 사업 진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IMA 첫 라이선스 사업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투자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미국 뉴욕 LA, 영국 런던, 홍콩 등이 해외법인 11곳, 해외 사무소 3곳을 두고 있다.
◆박현주 회장, "혁신 기업에 투자해야"
미래에셋증권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박현주 창업 회장을 빼놓기 어렵다. 박 회장은 동물적 투자감각으로 오늘의 미래에셋을 일구었다.
박현주 회장은 1986년 28세에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입사했고 3억원 규모의 법인 주문을 따내 45일만에 대리로 승진했다. 1988년 30세에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과장으로 이직했고 탁월한 성과로 32세에 최연소 지점장이 됐다. 1997년 39세에 미래에셋캐피탈을 창업해 지금의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시작했다.
박현주 회장은 올 초 유튜브 채널 '미래에셋 스마트머니'에 직접 출연해 투자철학과 인사이트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혁신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지난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한 후 어느 인터뷰에서 아마존, 텐센트, 테슬라를 추천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당시 나는 종목을 찍은게 아니라 '혁신'을 말했던 것이다"라고 했다. 또, "대우증권을 인수하던 2016년 테슬라 시총은 50조~60조원이었고 '망하니 마니' 그랬다. 그게 불과 몇년전이고, 당시 대중은 테슬라의 혁신을 이해하지 못했다(현재 테슬라의 시총은 800조원)"라고 덧붙였다. 금융지식을 쌓는 것과 관련, "실용적인 금융교육을 받는것은 대단히 중요하며, 그것은 때가 없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자에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제공한 것이 차별화 성공 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