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ㆍ의원과 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최대 90%까지 보상해주며 '국민보험'으로 불리던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종말을 맞고 있다. 보험사들이 적자가 쌓이는 실손보험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다음달부터 실손보험을 출시하지 않는다고 24일 밝혔다. 동양생명은 현행 '3세대' 신(新) 실손보험을 이달 말까지만 판매하고 다음달부터는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다. 기존 실손보험 고객이 새 상품으로 전환을 원할 경우에만 4세대 상품을 제공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회사의 실손보험 계약 보유량(16만건)이 적고, 적자도 심각한 상품이어서 유지 비용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라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 생보사 17곳 중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는 삼성·한화·교보 등 대형 3사와 NH농협·흥국생명·ABL생명의 6곳이 됐다. 이 가운데 ABL생명도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검토중이다.
생보사들의 실손보험 판매중단은 지난 2011년 라이나생명이 처음 시작했고, 이후 오렌지 라이프(2011년), 푸본현대생명(2017년), KDB생명, KB생명, DGB생명, DB생명(이상 2018~2019년)이 실손보험에서 발을 뺐다.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부터 취급을 중단했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 주는 건강보험을 말한다. 실제 손실을 보장한다고 해서 '실손보험'으로 불리며 가입자가 3900만명을 넘고 있다. 그렇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아졌다. 손해보헙협회 조사에 따르면 개인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 2018년 121.8%에서 올해 1분기 132.6%까지 상승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는 적자를 보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주력 상품인 손해보험업계와 달리 생명보험업계는 적자투성이 실손보험을 더는 판매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보험사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생보사들의 실손보험 포기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실손보험이 생보사들의 주력상품이 아닌데다 새로운 제도 도입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손보험의 보험료수익에서 보험금과 사업비를 뺀 '보험손익'은 2조50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7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