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KT파워텔)가 매각된다는 소식을 공시를 보고서야 처음 알았습니다. 어찌된 사정인지를 알기 위해 KT측에 구현모 KT사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106일째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구현모 사장은 이제라도 KT파워텔 임직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바랍니다."(박갑진 KT파워텔 노조위원장).
소낙비가 그친 청명한 날씨의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빌딩 정문 앞.
KT계열 무전(無電) 통신기업 KT파워텔(대표이사 김윤수) 노동조합원들이 '헐값매각 결사반대' 피켓을 앞세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벌써 106일째다.
이들은 지난 1월 21일 KT그룹이 자회사 KT파워텔을 영상보안 코스닥 기업 아이디스(대표이사 김영달)에 매각하는 것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노조원들은 "KT가 어떠한 협의 없이 KT파워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구현모 KT사장이 KT파워텔 임직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협상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KT파워텔은 국내 무전통신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해마다 4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KT그룹의 통신관련 기업 22곳 중 '실적'을 내는 5곳에 속해있다. 지난해 매출액 655억원, 영업이익 40억원, 당기순이익 38억원. 영업현금흐름 60억원을 기록했다.
박갑진 KT파워텔 비상대책위원장은 "KT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없이 일체의 소통을 생략하고 졸속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구현모 KT 사장은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로의 전환에만 매몰돼 KT의 본질이 '국민통신기업(Korea Telecom)'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갑진 위원장은 “KT파워텔 임직원의 자부심과 명예가 한순간에 내쳐졌다"며 "고용 안정에 관련한 14차례의 노사 협상에서 KT측은 '5년 고용보장 계약서 변경없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KT파워텔이 아이디스로 매각될 경우 국가통신인프라 훼손도 우려된다는 게 노조측 입장이다.
박갑진 위원장은 “해양경찰청, 보건복지부 등 주요 정부기관이 KT파워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통신 인프라와 관계없는 아이디스가 인수를 하면 결국 이는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KT파워텔 직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이번 매각에 결사반대하며, 끝까지 싸우겠다”로 덧붙였다.
KT파워텔 매각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익성 심사가 남아 있다. 공익성 심사란 국가안전보장, 공공의 안녕 등 공공 이익을 저해하는지 판단하는 심사다. 심사를 통해 공익성이 검증되면 아이디스가 KT파워텔의 최대주주로 변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