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에는 북유럽 감성이 유행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스웨덴 가구 기업인 이케아(IKEA)가 있었다. 이케아코리아는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큰 폭의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외 사업장과 차별한다’며 노조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국내 토착화가 완성된 스타벅스와 상반된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산하 이케아코리아지회는 오는 20일부터 파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앞서 노조는 총 파업을 20일~25일로 계획하고 있었으나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이케아 광명 △이케아 기흥 △이케아 고양 △이케아 콜센터 등에서 동시에 시작할 예정이다.
이케아는 스웨덴의 작은 가구점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2014년 12월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인 광명점을 내고 2015년 30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올해까지 매년 매출이 올랐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수혜를 받았다.
이케아코리아는 올해 8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0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매출이 6634억원으로 전년비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이케아 방문객은 1232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매년 성장하는 기업 대비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케아는 현재 글로벌 40여개국에 약 33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다. 국내에는 △광명 △기흥 △고양 △동부산 등 총 4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이케아코리아는 “사람 중심적인 기업으로서 직원들에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 역시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노사가 힘을 합쳐 '누구나 일하고 싶고,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달성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내부 실상은 달랐다. 노조에 따르면 이케아는 한국 법인만 타 국가와 달라 주말 수당, 저녁 수당 등 특별 수당을 받지 못한다. 이에 노조는 11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케아가 해외 다른 사업장과 달리 한국노동자들만 차별대우 해왔다"고 밝혔다.
이케아 노조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 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반면 해외 법인 직원은 평균 시급 15달러(한화 1만6600원)를 수령한다. 또 주말수당 150%, 특별수당(저녁수당) 120%를 지급받는다. 그러나 국내 직원은 이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관리자와 사원의 임금배분 배율도 해외 법인은 2:8이지만 이케아코리아는 4:6으로 적용한다. 해외 법인에서 단시간 근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임금보완정책'도 이케아코리아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케아코리아 노조는 △의무휴업일 보장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근무 △임금체계 개편(기본급동결, 직무수당, 근속수당, 주말수당, 상여금신설) △무상급식 △출근 사이 14시간 휴식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조합 설립 이후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진행했다"며 "하지만 사측은 '글로벌 기준'을 얘기하며 한국 경영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이케아코리아의 이런 논란에 비교되는 곳이 스타벅스다. 스타벅스 역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외국 브랜드임에도 한국 토착화가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벅스는 1999년 한국에 첫 매장을 오픈한 후 21년만인 올해 매장 수 1500개를 돌파했다. 실적 역시 매년 확대되고 있는데, 2016년 1조 시대를 열고 지난해 1조8696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스타벅스는 전 직원이 정규직으로 지난해 기준 1만5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주 5일, 일 5시간 근무이나 심야, 연장, 휴일 등 해당 근무가 발생하면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아울러 스타벅스코리아는 글로벌 스타벅스 최초로 2014년 여성가족부와 협업을 맺고 경력 단절된 전직 스타벅스 여성 관리자들을 정규직 시간선택제 부점장으로 복귀시키는 '리턴맘 제도'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 외 장애인이 서비스직에 부적합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깨기 위해 2007년 장애인 채용을 시작한 이후 2012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약도 체결했다.
서비스 기업의 경우 사회적 이미지가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매출에 직접적인 연관을 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회사와 노조의 갈등은 서로의 시각 차로 인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북유럽식 복지를 추구하는 이케아코리아의 행보와 내부 직원들의 갈등이 장기화 될수록 기업 이미지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커피 전문점 1위인 스타벅스와 비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들이 스타벅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커피맛 보다는 친환경 트렌드에 맞춘 플라스틱 사용 자제, 장애인 고용 등 사회친화적인 경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스타벅스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케아코리아는 더밸류뉴스에 “이케아코리아는 2500여명의 모든 코워커(직원)가 모두 공정하고 차별 없는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협약을 원만하게 체결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가 있으며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회사는 각 국가별 최저임금, 물가, 기타 법과 규정 등을 고려해 임금을 책정하며, 코워커가 건강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룰 수 있도록 더 좋은 근무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케아코리아에서는 풀타임, 파트타임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이 공평한 복리후생 혜택을 받는다”며 “그 일환으로 이케아코리아는 현재 유급 휴가(연 20개), 유급 출산 휴가(여자 6개월, 남자 1개월), 모든 매장 내 어린이 집 운영(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10시 30분까지, 월~토 운영) 등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또한 직원의 노후를 위해 5년 근속한 전세계 모든 코워커에게 별도로 매년 연금을 추가 적립해주는 TACK!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코워커들이 변화하는 생애주기를 미리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케아코리아는 현 상황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하는 등 갈등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가 원하는 것과 이케아코리아가 원하는 것의 차이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직 글로벌에 맞춘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어, 노사 협상에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조 처우 부분에 있어서 이미 토착화 된 한국 기업과의 차별성이 지나칠 정도로 차이가 나, 이케아코리아 측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