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새로운 사명으로 '티모'가 한때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타운홀 미팅에서 박정호 사장이 직접 사명을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티모’라는 이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롤)’에서 트롤링으로 유명한 캐릭터 이름과 같기 때문이다. 벌써 직장인 익명 소셜 앱 ‘블라인드’에는 “회사 이름으로 티모가 왠말이냐”라는 반응이 올라왔다. 그러자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타운홀 미팅은 거점 오피스 확대와 그 방향성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였다"면서 "언급된 사명은 예시로 든 것일 뿐이다. 사명에 관해 확정된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한발 물러선 셈.
SK텔레콤은 최근 세계 최대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손잡고 T맵모빌리티 분사를 추진하는 데 이어,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을 11번가에 끌어들였다. 지난 3분기에는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뉴비즈(New Biz)’ 사업 영업이익이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ICT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SK의 사명 변경은 이미 누차 예고됐다. 통신사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텔레콤’을 떼어버릴 것이란 관측은 업계에 만연했다. ‘탈(脫) 통신’ 을 지향하는 새로운 전략에 발맞춘 것으로 풀이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통한 지배구조 전환을 노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남은 숙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SK(주)→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진다. 문제는 그룹 내 핵심 기업인 SK하이닉스의 활용 방안이다. SK하이닉스는 SK(주)의 손자회사라 공정거래법상 인수합병(M&A)에 나서려면 그 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완성되면 현행 ‘상장회사 20%·비상장회사 40% 이상’에서 ‘상장회사 30%·비상장회사 50% 이상’으로 늘어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을 20.07% 보유하고 있어 추가로 약 10%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6조 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증권업계는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SK텔레콤 투자회사를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SK하이닉스는 자회사로 편입될 수 있다. SK(주)와 SK텔레콤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에도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SK텔레콤이 외부 투자를 유치해 자회사를 키우고 상장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자회사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SK하이닉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밑천’이 될 수 있다. 자회사 상장 작업은 본격화됐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원스토어는 지난 9월 IPO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상반기 예비심사를 거쳐 하반기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또 지난 8월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화를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SK텔레콤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전체 발행 주식의 9.4%에서 12%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7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SK(주)는 전체 발행 주식의 25.7%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SK(주)와 SK텔레콤 투자회사가 합병할 때 자사주를 소각하면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