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020560)이 ‘균등감자’를 추진한다. 이에 주주들이 균등감자가 아닌 대주주인 금호산업(002990)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차등감자'를 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2대 주주인 금호석유(011780)화학은 법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향후 열릴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모든 주식을 3대1 비율로 무상균등감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회사는 오는 12월 14일 주주총회를 열고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감자란 자본금을 줄이는 것으로 회계상 ‘감자 차익’으로 결손금을 털고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용된다. 향후 무상감자가 마무리되면 액면가액 5000원의 기명식 보통주식 3주가 동일 액면금액의 보통주식 1주의 비율로 병합된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은 1조1161억원에서 372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의 주식(30.77%)은 6868만주에서 2289만주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1만주에서 3333주로, 금호석유화학은 2459만주에서 819만주로 변경된다.
이번 무상감자 결정은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회사의 2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은 56.3%로 연말 사업보고서에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 경우 신용거래가 금지되며 주식 매매 정지까지도 될 수 있다. 이후 2년간 자본잠식이 진행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그럼에도 금호석화와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는데 이는 ‘왜 차등감자가 아닌 균등감자를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대주주 지분은 매각 결정과 동시에 채권은행에 담보로 제공됐다”며 “지난해 4월 매각 결정 이후 대주주가 회사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경영 악화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용 무상감자를 진행할 때는 차등감자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등감자는 감자비율이 달라져 경영과 무관한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모든 주식을 동일하게 줄이는 균등감자를 단행한다.
이에 주주들은 대주주의 경영 책임을 묻는 징벌적 성격의 차등감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균등감자가 마무리 돼도 기존 최대주주, 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그대로다. 지위가 유지되기에 실질적으로 지배력 변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인 금호석화(11.02%)의 경우 지난 2009년 형제의 난으로 금호그룹과 분리되며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관여하지 않아왔기에 이번 감자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과 산업은행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주식의 58%를 보유한 소액주주들 역시 이번 결정을 지적하고 있다. 감자를 하더라도 대주주와 기타 주주들간 감자비율을 달리하는 차등감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금호석화와 소액주주들이 이번 결정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섰지만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감자 안건이 부결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소액주주는 “보통 경영 실패의 경우 대주주가 차등감자, 사재출현 등으로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균등감자를 해도 실제 경영진의 지분율은 그대로라 실질적으로 변화가 없다”며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대주주가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감자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내달 14일 보통 결의로 진행되는 주주총회에서 균등 감자가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