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사업을 영위하는 LG화학(051910)이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을 최종 결정했다. 이를 두고 향후 실적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배터리 법인 출범 목적과 이해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배터리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그에 걸맞는 미래 전략을 세우겠다는 것이 LG화학의 방침이다.
30일 LG화학의 배터리 법인 분할이 결정됐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동의를 얻은 결과다.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은 12월 1일 출범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LG화학의 주가는 전일비 6.14%(4만원) 하락한 61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기업에겐 득, 투자자에겐 실
이 같은 하락세는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 선두인 LG화학의 배터리사업에 투자한 입장에선 한순간에 해당 사업에 대한 지분을 잃게 된 것이다. 또 향후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기관에게 배정된 물량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사업으로 LG화학이 높게 평가받아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월 배터리 부문이 분할되어 정식 출범하면 그간 제고된 LG화학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에 물적분할 계획이 알려지기 전 69만2000원(10월 8일)이던 주가는 3일간 하락해 14일 62만80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물적분할을 긍정적인 결과로 인식하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이 호황을 기록 중임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부문에 가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배터리 부문이 분할될 시 각 부문이 모두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고, LG화학의 기업가치 역시 낮아지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연간 3조원에 달하는 배터리 공장 신설 관련 투자금이 해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진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배터리 관련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LG화학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강등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연간 3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결국 배터리사업의 미래가치를 방증한다는 점이다. 재무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보를 유지해온 것으로 볼 때, LG화학 내부에서도 배터리 부문에 거는 기대감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배터리 부문 분할 후 LG화학의 재무상태가 회복되고 기업가치가 재평가받는다 해도 주가 역시 반등할 지는 미지수다. 주가는 해당 산업의 전망과 향후 기대감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업의 재정이 견조해진다고 해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배터리 법인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통해 투자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의 자회사로 편입되긴 하지만, 결국 기존주주들은 배터리 부문에 대한 지배력을 사실상 잃게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판단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분할 이후 3년간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을 배당하고, 순이익의 최소 30%를 배당에 쓰겠다고 지난 14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결국 그만한 가치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시장에 감돌면서, ‘주주 달래기’식 대응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글로벌 배터리 전쟁 본격화...엘지화학의 배터리 미래 전략
전세계적 친환경 정책에 힘입은 전기차시장이 현재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이에 해외시장조사 업체인 IHS마킷이 배터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25%로 추정하면서,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더불어 향후 전기차 생산기업 테슬라의 배터리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추정돼 배터리 시장에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부문 4위인 삼성SDI(006400)는 지난해 배터리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1조5900억원에 달하는 시설 설비금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6위를 기록 중인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지난 2018년 최태원 SK회장이 16억달러(약 1조944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배터리 부문에 대한 전략을 세운 바 있다.
한편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연간 35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LG화학은 EV(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60GWh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의 3분기 전지부문 영업이익은 1688억원으로, 테슬라향 원통형 전지가 호조(1061억원)를 견인한 반면, 중대형 전지는 출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화재 관련 충당금 영향에 뚜렷한 이익 증가폭을 보이지 못했다.
2023년 이후 테슬라가 LG화학의 가장 큰 고객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26일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LG화학은 향후 원통형 신규 외형으로 에너지 밀도 5배, 출력 6배 이상 높아진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언급한 4680 배터리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LG화학은 2023년말 배터리 생산능력을 260GWh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 60GWh는 2023년 테슬라향 원통형 전지 생산능력에 해당할 전망이다. 이에 단일 고객으로는 테슬라가 LG화학의 가장 큰 고객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첨단소재사업 배터리용 소재사업 역시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양극재 생산능력이 4만톤에서 2025년 17만톤까지 늘어나고, 매출액은 4조원까지 성장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사업 매출액 비중 확대로 수익성 개선과 성장성 부각이 기대된다”며 “장기적으로 CNT(탄소나노튜브) 도전재, 전해질 첨가재 등 신규 아이템 확대로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의 선발 배터리 업체 수혜 확대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또 설비 시설이 확충되고 배터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재정적 우려 요인 등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다만,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전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향후 자회사의 호실적 영향을 LG화학이 받을 수도 있겠으나, 2차 전지에 대한 지배력이 희석될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