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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부동산 PF발 위기, 당국·금융권·건설사 총체적 대응 시급하다

- 미분양 주택 급증하고 부동산 PF 연체율 역대 최고치

- 당국은 금리 인하, 수요 진작 나서고 건설사는 자기자본 확충해야

  • 기사등록 2024-04-30 16: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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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산업2부장]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발(發) 위기가 우리 경제 전반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들의 잇따른 도산과 미분양 주택 증가,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상승 등 여러 지표가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에 당국, 금융사, 건설사가 총체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금융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올해 건설사의 자금조달 능력에 따른 우발채무 위험이 우려되면서, 중견 건설사의 신용등급 강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행사의 브릿지론 지급 실패에 따른 건설사 채무인수 과정에서의 유동성 문제 등 건설업계의 화두도 유동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재 부동산 PF 위기가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인지, 그리고 향후 어떤 전개 양상을 보일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분양 주택↑→주택 경기↓→건설사 유동성 위기


우리 경제는 역사적으로 네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었다. 1980년 제2차 오일 쇼크,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20년 코로나19 쇼크 등 위기 때마다 실물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었다. 한국경제는 오일쇼크가 닥치자 1.6% 역성장했고, IMF 외환위기 때는 구제금융까지 받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무려 5.1% 역성장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는 간신히 축소를 면했지만, 고용 악화와 내수 침체가 잇따랐다. 그리고 코로나19 때는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0.7%의 감소를 면치 못했다.


이처럼 취약한 경제 구조 속에서 특히 주택 시장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호황기에는 투자 열기가 과열되면서 거품이 발생하지만, 불황기에는 미분양 누적과 거래 위축이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박수연 칼럼] 부동산 PF발 위기,  당국·금융권·건설사 총체적 대응 시급하다건설업 폐업신고 현황, 종합공사업 비율 추이(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자료=더밸류뉴스]

문제는 이번 주택 경기 침체가 건설사들에게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크고 작은 건설사들이 도산하고 있고, 하루 평균  1.5개 건설사가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폐업건수는 3486건이며 이중 종합공사업이 56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20.75% 증가한 수치다. 건설업 폐업신고 건수는 연평균 5.49% 늘어났고 종합공사업 비율은 지난 5년간 12.54% 증가했다.


건설사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미분양 주택 급증이다. 각종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주택 공급과 수요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8999호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10년 3월(6만9454호)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미분양 주택 증가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1만9222호로 전년동기대비 18.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지방은 4만 9777호로 무려 82.9%나 급증했다. 특히 대구, 경남, 충남 등지에서는 미분양 주택 수가 1만 호를 넘어서며 전례 없는 주택 공급 과잉 사태를 빚고 있다.

[박수연 칼럼] 부동산 PF발 위기,  당국·금융권·건설사 총체적 대응 시급하다지난 5년 미분양주택수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한국신용평가] ◆미착공 사업장 브릿지론 본PF 전환 어려워...부동산 PF발 금융 위기 직면


건설사 부실은 부동산 PF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은행권의 PF 대출 잔액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13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5조3000억원(4.0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은행과 보험 대출 잔액이 각각 46조1000억원, 42조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PF 대출의 상당 부분이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은 미착공 사업장에 투입된 '브릿지론'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릿지론은 PF사업 초기에 토지 매입 등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으로, PF 리스크가 가장 높은 단계에 해당한다. 문제는 분양경기 부진으로 인해 미착공 사업장의 브릿지론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으나 본PF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에서 유효등급 보유 건설사 중 태영건설을 제외한 17개사의 PF 보증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44%에 해당하는 12조 원 규모의 PF보증이 분양이 부진하거나 미착공 상태인 고위험 사업장에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이들 고위험 PF가 부실화되면서 건설사의 우발채무로 현실화될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또 PF 대출이 증가하며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감원이 집계한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가 휩쓴 2020년 말 0.55%보다 391% 증가한 수준이다. 연체 장기화 비율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연체율과 장기 연체율이 모두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 BIS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 부실 PF로 인한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수연 칼럼] 부동산 PF발 위기,  당국·금융권·건설사 총체적 대응 시급하다업체별 PF보증 규모(2023년 말 기준). [자료=각사 공시 및 제시, 한국신용평가]

◆당국, 금리 인하·수요 진작 등 대응 나서야


부동산 PF 부실 문제는 당분간 부실채권 성격의 연체 대출 잔액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의 자금 압박이 지속되고 있고, 미분양 주택 해소도 해답을 얻지 못한 상태다. 특히 연체율과 연체 장기화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어, 부실채권 정리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PF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실 우려가 높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유동화 작업이 진행되겠지만, 손실 분담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힘겨루기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주택 수요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 기조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주택 구매력 제고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론 급격한 금리 인하는 자칫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부추길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물가 안정세가 뚜렷해지는 시점에 맞춰 점진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건설사들은 내실 있는 사업구조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에 힘써야 한다. 특히 미분양 리스크가 높은 지방 사업장에 대한 면밀한 사업성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금융권 역시 단기적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부실채권 매각과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PF 심사역량을 제고하는 등 리스크 관리 체계를 대폭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시적 위기에 빠진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주택 공급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이번 부동산 PF 위기는 단순히 건설사와 금융권의 부실을 넘어, 우리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면, 이번 위기는 오히려 더 안정적이고 건강한 부동산 금융 생태계를 만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수연 칼럼] 부동산 PF발 위기,  당국·금융권·건설사 총체적 대응 시급하다박수연 산업2부장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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