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롯데칠성음료(005300)는 이사회를 열고 롯데지주(004990)로부터 ‘필리핀 펩시(PCPPI)’와 ‘롯데주류 일본법인’ 해외 2곳을 919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펩시 지분 42.2%를 714억원, 롯데주류 일본법인 지분 100%를 205억원에 인수한다. 이번 인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2017년 계열사인 롯데쇼핑(023530), 롯데푸드(002270), 롯데제과(280360), 롯데칠성음료를 분할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각 계열사들이 보유한 해외 자회사 등이 롯데지주로 넘어갔다. 이후 3년만에 일부 법인을 재인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의 롯데칠성음료 보유 지분율은 기존 26.5%에서 34.6%가 됐다. 우호지분까지 고려하면 48.1%에 달한다. 핵심 식품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유상증자를 실시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제3자 배정방식으로 롯데지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도 주목 받는 부분이다.
◆해외 사업 시너지 증대로 기업가치 제고 도모
롯데칠성음료가 유상증자를 실시한 이유는 ‘재무 안전성 개선’, ‘해외 사업 시너지 증대’ 등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고 해외 사업 시너지 증대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인수가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05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비교적 이른 시기에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해외 실적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롯데칠성의 해외 매출액은 1343억원으로 전체 매출(2조3432억원)의 5.73%에 불과했다.
◆지배구조 개편해 ‘일본기업’ 이미지 지우기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식품계열사 3사(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중 롯데칠성음료만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종속기업의 경우 계열사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지만 관계기업은 완전한 지배가 아닌 유의적인 영향력만 행사할 수 있다.
롯데지주가 롯데칠성음료를 관계기업으로 두는 이유는 일본롯데그룹의 영향력 때문이다. 일본 롯데의 롯데알미늄(8.87%), 호텔롯데(5.92%), 롯데홀딩스(1.37%)가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중 16.17% 보유하고 있어 완전한 지배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롯데지주는 판단했다.
롯데지주는 이 같은 이유로 인수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의 롯데칠성음료 지분이 50% 미만이라도 ‘사실상 지배력’이 인정되면 종속기업으로 편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본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일본기업’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반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과제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현재 일본롯데는 호텔롯데의 지분 99.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상장을 통해 일본롯데 지분을 희석시키려는 것이 롯데그룹의 계획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호텔 사업과 면세 사업이 큰 피해를 겪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