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이사를 가야 하는데 전세가 없다. 전세금도 많이 올라서 걱정이다. 월세로 가야하나 고민 중이다. 심지어 어떤 기존 세입자는 매물을 보는데 5만원을 달라 하더라” 이사를 앞둔 직장인 김여진(가명, 35세) 씨의 말이다.
이처럼 8·4부동산 공급대책이 나온 지 한달이 지난 현재 전세 가격은 상승하고 전세 물량은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는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인해 수요가 상승하고 공급이 비탄력적으로 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이번 부동산 대책 이후 실효성 있는 정책이었는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4일 정부는 수도권의 집값 안정 및 매물 증가를 위해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놨다. 신규택지 발굴 후 주택의 신규 공급, 도시 규제 완화, 기존공급 물량을 앞당겨 사전청약 하는 등의 방안들이 담긴 정책이다.
1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9월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월비 0.42% 상승했다. 이는 6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9월 전세거래지수는 19.5로 감소했다. 이는 임대차3법이 시행된 7월부터 감소세가 지속됐다. 전세거래지수는 중계업소 모니터링을 통해 산출되는 지수로 100을 기준으로 100 이하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세 매물공급이 비탄력적으로 변한 이유는 해당지역에 직접 거주해야 하는 청약조건 때문이다. 주택 공급 우선순위를 부여받기 위해서는 의무거주기간을 채워야 하기에 전세매물을 찾는 실수요자의 수가 증가했다.
또한 7월 31일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도도 이러한 상황을 야기시키는데 한 몫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임차인은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계약 연장을 보장받고, 전월세상한제로 임대료 상승폭이 직전 임대료의 5% 이하로 제한됐다. 이에 임차인들은 2년 더 거주하겠다고 밝히거나, 집주인들이 반전세로 전환해 세금을 내겠다는 행동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정부 출범 이후 5번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시행됐다. 대책들은 갭투자(부동산 차익거래)를 방지하고 무주택자들의 주택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 가격은 상승하고 물량이 부족한 이유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들간 상관관계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임채우 KB부동산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 연장)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만일 실행된다면 전세가격이 오르고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전세매물이 동이 나고 있는 상황이며 신중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