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한 논란이 붉어지고 있다. 이에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시장 진출 시 중고차 경쟁력이 향상되고 허위매물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거래 시장 진입 규제를 풀어 중고차 시장 활성화하자"
지난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 같은 주장과 함께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참여가 중고차의 적정가치 형성과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 향상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거래 시장 진입 규제가 없는 미국, 유럽 등에서는 완성차 측의 '중고차 인증제'가 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차 인증제’ 도입해야···
중고차 인증제란 소비자가 구매한 신차 중 일정 기한이나 일정 주행거리 내로 운행한 차량을 완성차업체가 다시 구매한 후 차량 상태를 정밀 점검 및 검사한 후 수리를 거쳐 새로운 고객에게 판매하는 제도다. BMW 인증중고차(BPS), 벤츠 인증중고차(Starclass), Audi인증중고차(AAP), 렉서스 인증중고차(Certified)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수입차 브랜드는 딜러를 통해 중고차 인증제를 바탕으로 중고차 거래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업체는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중고차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다. 따라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수입브랜드 대비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
실제 현대차의 2017년식 제네시스 G80은 올해 30.7%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벤츠E클래스는 25.5%, 벤츠GLC는 20.6% 떨어졌다. 2017년식 현대 쏘나타의 가격은 올해 45.7% 떨어진 반면 BMW3시리즈는 40.9%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은 가장 큰 문제는 허위매물 등 불완전한 거래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 중고차시장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76.4%는 국내 중고차시장이 불투명, 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부정적 인식의 주요 요인 중에서 '허위매물'은 25.3%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이 고객에게 중고차 가격을 부풀려 소개한 뒤 차액을 챙긴 등 허위매물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소비자의 편익을 고려해 피해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시장 진입 규제 완화 시 객관적인 인증절차를 거친 중고차 제품의 공급을 보장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안심하고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고차 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완성차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대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해 소비자의 피해가 가중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중고차 매매업은 대기업 진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과 같다며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장마철 집중호우와 태풍의 영향으로 침수된 차량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침수차량이 무사고차로 둔갑해 중고차 시장에 불법으로 유통될 가능성도 커졌다.
중고차 시장의 '신뢰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