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선전이 돋보였다. 반면 중국과 일본의 배터리 기업은 전년비 부진한 실적을 보여 K-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시장분석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6월 누적 기준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0.5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를 공급하며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LG화학은 전년비로는 82.8% 성장하고 시장 점유율도 10.4%에서 24.6%로 급증했다. 전세계 전기차 4대 중 1대에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됐다는 뜻이다. 올해 1분기 누적 기준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뒤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SDI의 올해 상반기 누적 공급량은 2.6GWh로 전년비 34.9% 증가했다. 점유율은 6.0%을 기록해 글로벌 4위로 올라왔다. SK이노베이션은 누적공급량은 1.7GWh로 전년비 66.0% 급증했다. 시장점유율은 3.9%를 기록하며 6위에 등극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사용량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점유율도 지난해 상반기 15.7%에서 올해 상반기 34.6%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선방하는 동안 CATL, 파나소닉 등 대다수 중국 및 일본계 배터리 업체들은 전년비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 CATL의 올해 상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량은 10.0GWh로 전년비 28.1% 줄었다. 이에 점유율도 25.1%에서 23.5%로 떨어졌다. CATL은 지난해 1위였으나 올해 2위로 떨어졌다.
일본 파나소닉의 공급량은 8.7GWh로 전년비 31.5% 줄었다. 점유율도 23.0%에서 20.4%로 낮아졌다. 파나소닉 또한 지난해 2위였으나 3위로 내려갔다.
이 외 중국 BYD의 공급량은 7.5GWh에서 2.6GWh로, 일본 AESC는 1.8GWh에서 1.7GWh로 각각 줄었다. 반면 중국 CALB는 점유율이 늘었다.
글로벌 전체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상반기 55.3GWh에서 올해 42.6GWh로 전년비 23.0% 줄었다. 주요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10.1GWh로 전년비 20.3%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미국, 중국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주된 요인이다.
이처럼 전체 시장은 위축됐으나 한국 배터리 기업은 각 사 별로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모델들의 판매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LG화학은 주로 테슬라 모델3(중국산), 르노 조에, 아우디 E-트론, 포스쉐 타이칸 등의 판매 호조가 사용량 성장세를 견인했다.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BMW 330e, 폭스바겐 파사트 GTE, e-골프 등의 판매 증가가 성장을 주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 포터2 일렉트릭과 소울 부스터, 기아 봉고 1T 등의 판매가 호조세를 보인 영향이다.
그러나 유럽 시장이 6월 들어 급반등세를 보였고 중국과 미국 시장도 서서히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국내 3사의 성장이 기대된다.
SNE리서치는 "코로나19 속에서도 한국계 3사가 대거 선방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 흐름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관찰하면서 기초 경쟁력 및 성장 동력 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게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