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소전기차(FCEV) 등 수소 관련주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소 관련 주요 종목들의 주가는 최근 한달간 평균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수소 관련 10개 주요 종목 주가가 6월 초부터 지난 10일까지 평균 53.67% 올랐다. 해당 종목은 △두산퓨얼셀 △에스퓨얼셀 △일진다이어 △상아프론테크 △효성중공업 △한화솔루션 △이엠코리아 △현대차 △S&T모티브 △현대모비스 등 10개 종목이다.
이들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2곳 이상의 증권사 보고서에서 수소 관련주로 지목됐다. 특히 이들 중 수소 관련 핵심 제품인 연료전지를 제조하는 두산퓨얼셀과 에스퓨얼셀 주가는 각각 125.42%, 103.90% 급증했다.
자회사 일진복합소재를 통해 수소 탱크를 생산하는 일진다이아는 92.34%, 연료전지 부품을 개발하고 있는 상아프론테크는 70.74%, 국내 수소충전소 1위로 꼽히는 효성중공업이 67.83% 각각 올랐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계열사 한화종합화학이 지분을 보유한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의 주가 급등, 수소 관련 사업 확장 기대감 등으로 39.94%, 자회사를 통해 수소충전소 사업을 영위하는 이엠코리아도 39.27% 상승했다.
다만 국내 수소차 산업을 주도하는 현대차(0.31%)와 현대모비스(-2.78%), 현대차에 전기차 및 수소차용 모터를 공급하는 S&T모티브(-0.50%)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해당 10개 기업 중 7개 종목이 약 40%, 그 이상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그동안 수소 관련주들은 지난해 1월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공개, 이후 각종 육성 정책 발표, 현대차그룹의 관련 사업 추진 소식 등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짝 상승한 적은 있었지만 이후로 특별한 모멘텀은 없었다.
그러나 6월 4일(현지시각) 한화그룹이 지분을 투자한 미국의 니콜라(Nikola)가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폭등세를 보이며 국내 관련주들도 관심을 받았다. 니콜라는 아직 제품 생산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보인 것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니콜라는 승용차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형 트럭 등에 집중해 리스 모델이라는 신사업을 선보였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연초 시가총액 5조원도 안 되던 니콜라의 가치는 현재 약 25조원에 육박했다”며 “이에 최근 수소차 관련주가 각광받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니콜라 상장 이후로 수소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며 “기존 완성차업체 중심으로 성장하던 수소차 시장에 신규참여자가 출현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상용시장을 부각시켰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친환경 규제 강화, 수소경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8일 유럽연합(EU)은 오는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수소 비중을 14%로 확대해 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수소 에너지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의 경우 최근 민주당이 오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승용차는 2035년, 상용차는 2040년까지 신규 판매량의 100%를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캘리포니아 등 23개 주가 비슷한 친환경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6일 현대차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했다.
대형트럭의 경우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에 투입되는 프로토타입과 전시용 콘셉트카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일반 고객 판매를 위한 양산체제를 갖춘 것은 현대차가 최초다.
현대차는 스위스 수출을 시작으로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공급지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북미 상용차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날 선적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지난해 9월 공식 출범한 현대차와 스위스 수소 솔루션 전문기업 H2에너지의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Hyundai Hydrogen Mobility)’로 인도되며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40대를 추가로 수출한 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1600대를 공급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수소 생태계는 형성 초기단계이지만, 주요국가의 뉴 그린딜(New Green Deal) 정책과 맞물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와 수소차 관련 핵심 가치사슬에 해당하는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상용차 시장은 소형 상용차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대형 상용차는 수소차를 중심으로 보급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며 “소형 상용차는 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현재 승용차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배터리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대형 상용차는 수소연료전지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