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산∙설비투자∙건설 지표가 모두 떨어졌다.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소비는 반등했지만 수출∙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최근 경기가 과거 외환위기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0일 통계청의 ‘2020년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산업생산이 1.2%, 설비투자가 5.9%, 건설기성이 4.3% 각각 전월비 줄었다. 다만 소매판매만 유일하게 4.6% 늘었다.
전산업생산의 경우 광공업이 6.7% 줄었는데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광공업 생산 감소율은 2008년 12월 10.5% 이후 최대로 감소했던 올해 4월(-6.7%)과 같았다. 반도체는 10.8% 늘었지만 자동차(-21.4%)와 기계장비(-12.9%)는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판매수요가 위축되며 완성차, 자동차 부품 생산이 감소한 영향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3.6%로 전월비 4.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 1월 62.8%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제조업이 부진하며 재고율이 8.6%포인트 올라 128.6%를 기록했다. 이 또한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8월 133.2% 이후 무려 2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설비투자는 5월에 감소세로 바뀌었다. 운송장비(-16.1%)와 정밀기기 등 기계류(-1.7%)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다. 건설기성은 토목(-8.5%), 건축(-2.4%) 공사 실적이 모두 감소해 전월비 줄었다.
반면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때문에 서비스업 생산은 2.3% 증가했다. 이는 2014년 1월 2.5% 이후 6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숙박∙음식점(14.4%) △예술∙스포츠∙여가(10.0%) △협회∙수리∙개인(9.5%) △도소매(3.7%) △운수∙창고(1.5%) △교육(1.5%)에서 전월비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 국내 코로나19 확산 완화, 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소매판매는 4월부터 2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소매판매가 2개월 연속 4%대 이상 오른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소매판매의 경우 의복 등 준내구재(10.9%), 승용차 등 내구재(7.6%),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0.7%)가 각각 증가했다. 다만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했던 대형마트(-10.6%), 면세점(-0.5%)은 전월비 줄었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했던 전문소매점(10.5%), 승용차∙연료소매점(7.7%), 무점포소매(4.9%), 백화점(4.4%), 슈퍼마켓∙잡화점(2.2%), 편의점(3.7%)은 늘었다.
반면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8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6.5포인트로 1999년 1월 96.5포인트 이후 21년 4개월 만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또한 향후 경기 상황을 전망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포인트 내려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내 소매판매는 긴급재난지원금 효과 등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반등했으나 제조업 지표는 4월부터 감소하고 있다”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현재 경기 상황이 우리 경제의 장기 추세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 외환위기 당시인 IMF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지수의 낙폭을 보면 IMF를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고 금융위기 정도로 충격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