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캠퍼스 2라인에 약 8조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지난달 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을 구축한다고 발표한 지 열흘만이다.
1일 삼성전자는 “5월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고,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는 반도체다.
평택사업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전초기지로 2015년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라인 2개가 건설됐다. 이번 투자로 평택사업장 2라인에서 삼성전자의 최첨단 V낸드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정확한 투자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7조~8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등이 보편화 하면서, 점차 증가하는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원격근무 등이 늘어나며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스테이 앳 홈 이코노미’와 관련된 수요가 큰 폭으로 성장했고, 이런 추이는 하반기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낸드 시장 수급 상황이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 반도체를 겨냥해 중국이 쫓아오지 못하는 기술력과 양산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측면도 있다. 4월 중국 반도체 업체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올 연말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반도체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삼성이 양산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못박은 것은 시장 1위를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았다.
삼성전자가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까지 넣기로 하면서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최고 핵심 전진기지가 될 예정이다. 앞으로 평택 2라인에서는 EUV(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한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 최첨단 V낸드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EUV 공정을 활용한 미세공정 파운드리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미·중 갈등과 중국 반도체 굴기, 코로나19사태 등의 글로벌 악재 속에서도 투자에 대한 약속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이 부회장의 각오가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에서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달 21일 평택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발표 때도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