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상장지수증권)의 가치와 시장가격의 차이가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9일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 소비자경보 위험을 발령했다. 소비자경보는 주의-경고-위험 3단계로 운영되는데 이번 위험 발령은 금감원이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201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최고 등급을 발령한 것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가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향후 유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유가연계 상품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WTI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61.1달러였으나 올해 1월 51.6달러, 2월 44.8달러에서 3월에는 20.5달러로 급락했다.
레버리지 ETN 투자가 몰리자 괴리율이 급등하는 등 시장 가격이 지표 가치 대비 큰 폭으로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유동성공급자(LP)의 유동성공급 기능이 원활치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괴리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ETN 투자 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 대한 매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LP 보유물량 소진으로 유동성 공급 기능은 사라졌지만 투자자들의 매수 물량이 계속 증가해 시장가격보다 지표 가치가 크게 상회한 것이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상품에 대한 월간 개인 순매수액은 지난 1월 278억원에서 3월 3800억원으로 1266.9% 급증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레버지리 WTI원유 선물 ETN에 대한 괴리율은 35.6~95.4% 수준이다.
이에 금감원은 "괴리율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원유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ETN 상환 시 시장가격이 아닌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돼 지표가치보다 높게 투자한 투자자는 상환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관계기관, ETN 발행사 등과 협의해 시장 안정화를 진행하고 향후 필요 시 소비자 경보를 추가로 발령할 계획이다.
한편 전일 한국거래소도 WTI원유 선물과 관련해 ETN의 괴리율이 정규시장 매매거래시간이 종료됐을 때 실시간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산출한 ETN 괴리율이 5거래일 연속 30%를 넘을 경우 다음날 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