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와 정부의 지속적인 주택시장 규제 등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KB부동산 리브온에서 발표한 3월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KB부동산이 정한 주요 50개 아파트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KB 선도아파트 50지수가 전월비 -0.13%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4월 -0.48% 이후 11개월 만이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KB부동산이 지난 2008년 집계를 시작한 통계로 전국 아파트 단지 중 가구 수와 가격을 곱한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이 50개 단지의 총가격을 지수화했다. 기준점은 100이다.
KB부동산 측은 “선도아파트 50 지수 하락은 앞으로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 주택시장 방향 전환의 신호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월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 전망지수가 99를 기록하면서 상승 기대감보다는 하락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전환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4000여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각 지역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 또는 하락할 것인지 조사해 0~200 범위의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지수가 100 미만이면 하락할 것으로 보는 비중이 높다.
선도 50지수는 지역을 대표하는 값비싼 대장주 아파트가 다수 포함돼 전체 시장을 축소해 살펴볼 수 있다. 실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송파구 잠실 엘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강동구 고덕동 그라시움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지수는 서울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7월 101.67을 기록하며 전월비 3.75% 증가했다. 12월엔 이보다 높은 3.86% 올랐다. 그러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인해 올해 1월, 2월엔 각각 0.83%, 0.34%로 오름세가 한층 꺾였다.
KB부동산은 “대부분의 아파트가 서울 강남권에 포진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하락전환이 앞으로 서울 집값 방향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민간 주택시장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내렸다. 지난해 6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내린 것이다. 송파(-0.17%) 강남(-0.12%) 등 강남권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용 76㎡ 아파트가 지난해는 21억원대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18억 원후반~20억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신축 아파트인 강남구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85㎡도 지난해 26억원대에 거래됐으나 최근엔 24억원대에서 거래됐다. 이 같은 하락세는 마포, 용산, 성동구 등 강북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12·16부동산대책으로 시작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코로나19가 촉발한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시중 유동성은 풍부한 상황이지만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어 강남권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 서울의 다른 지역과 수도권 지역 집값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