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생산에 나섰다.
미국-이탈리아 합작 완성차 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23일(현지시각) 일부 생산공장을 개조해 마스크를 생산키로 했다고 ANSA 통신이 전했다. 자체 생산한 마스크는 경찰청, 구급대 뿐만 아니라 병원과 보건소 근무자에게도 기부할 예정이며, 수주 안에 생산에 들어가 월 100만장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FCA는 또 이탈리아 완성차 업체인 페라리와 함께 중증환자 치료용 인공호흡기의 전자장비 생산을 지원키로 하고 전문업체 시아레와 협업을 조율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 BMW도 3차원(3D) 프린팅 기술 등으로 인공호흡기와 마스크를 생산키로 했다.
미국에서도 포드, GM, 테슬라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의료물자 생산에 곧 돌입한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트위터에서 "포드와 GM, 그리고 테슬라가 인공호흡기와 다른 금속 제품들을 빨리 만들기 위한 승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8일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는 코로나19사태를 '전쟁'에 준하는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민간 부문에 개입하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대통령이 민간 부문의 생산에 개입해 필요한 물자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마스크와 같은 필요 물품 생산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영국도 롤스로이스·포드·혼다 등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60여개 제조사에 인공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 생산을 요청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부품 조달 문제 등으로 유럽과 미국 등지 공장을 닫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로선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야 생산 재개와 판매 확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의료장비 생산에 적극 참여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회사들이 인공호흡기와 같은 복잡한 의료장비를 만들기 위해선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업의 꽃’으로 불리는 완성차 산업이 의료물품 생산에 개입해 공급 부족에 숨통을 트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