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유럽, 미국에서 급확산 하면서 현지에 사업장을 둔 국내 배터리·전자 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빠졌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나라 간 이동도 통제하는 사실상 '국경 폐쇄' 조치를 취하면서 물류 운송·조달 등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지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1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동유럽 소재 공장들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가동과 부품 수급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가정하고 단계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제한하지만 화물은 예외여서 물류 이동에 큰 문제는 없지만 운송 시간이 지연되고, 점차 운송 수단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물류망이 마비되는 경우가 최악이다"고 설명했다.
전방 산업인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에 영향을 받고 있는 점도 배터리 업계를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전날 독일 최대 자동차기업인 폴크스바겐은 최대 3주간 유럽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도 독일 공장을 잠정 중단하는 등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중단·감축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점차 확산하며 우려감이 커진다. 미국 정부는 모임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내 배터리 3사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를 겨냥해 동유럽에 일제히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LG화학은 폴란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이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도 배터리 생산 기지를 두고 있어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면 공장 건설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전자업계도 유럽과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매장 일시 폐쇄하거나 재택근무 등 선제적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캐나다, 페루 등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이번주부터 일시 폐쇄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지역에 한해 가능한 인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도 권고하고 있다. LG전자 이탈리아 법인은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매장을 닫으면 온라인으로 판매가 이뤄지는데 온라인에서는 프리미엄 제품보다 저렴한 제품 위주로 팔리는 편"이라며 "이에 따른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