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네 번째인 이번 추경은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역대 감염병 대응 추경 중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를 넘어섰다.
정부는 4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추경안’을 확정하고 5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 편성을 지시한 지 열흘만에 정부안을 마련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이달 17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체 추경 금액 중 8조5000억원을 코로나19 대응사업에 투입하고, 나머지 3조2000억원은 세입경정에 쓰기로 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등 추가 세금감면 등으로 인해 세수 결손이 예상되자 당초 예상한 국세수입 규모를 낮춰 잡고 그만큼 적자 국채로 메우기로 한 것이다.
이번 추경 예산을 사업별로 구분하면 △방역체계 보강에 2조3000억원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2조4000억원 △민생·고용안정 지원에 3조원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 지원에 8000억원이 투입된다. 8조5000억원 가운데 6조2000억원이 내수 살리기에 쓰이는 셈이다.
코로나19 발병이 집중된 대구·경북지역에만 6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대구·경북지역에는 의료인프라 구축에 100억원,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에 5100억원, 지역경제활력 제고 및 피해점포 지원에 1000억원이 사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측은 이같은 예산 투입으로 1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대구·경북 지역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체 11조7000억원에 달하는 이번 추경안의 88%(10조3000억원)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현 정부 들어 최대 적자국채 발행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사상 최소로 40%를 넘어선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도 4.1%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4.7%) 이후 처음으로 4%를 웃도는 등 재정건전성이 악화가 우려된다.
정부도 이 같은 재정건전성 우려를 인식하고 있지만, 급속도로 악화되는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재정의 역할과 건전성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며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문제, 피해극복 지원 문제, 경기를 최소한은 떠받쳐야 하는 문제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적자 국채 발행에 기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