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노조의 반발로 첫 출근이 결국 무산됐다.
기업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며 윤 행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윤 행장은 3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을지로의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해 사무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에게 가로막혔다. 노조원들은 이날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을 반대한다”, “관치금융 저지하자, 윤종원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윤 행장의 출근을 저지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2013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관치금융은 독극물이라고 외쳤는데 이를 다시 마시라고 하고 있다”며 “(윤 행장은)정권과 대통령에게 부담주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자진사퇴하는 것이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살리는 길”며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권 금융산업노조위원장도 “10만 금융노동자와 1만 기업은행 노동자를 대표해 청와대의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며 “자진사퇴하고 야인으로 돌아가시라”고 힘을 보탰다.
윤 행장은 이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노조가)함량 미달의 낙하산이라고 말했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노조 이야기를 듣고 말씀도 나누고 그렇게 하겠다”며 출근 10분 만에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윤 행장은 서울 인창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했다.
그는 금융업계를 관리·감독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 동창이자 행정고시 동기이기도 하다.
기업은행 노조는 외부 관료 출신 행장은 은행 현장을 모른다는 이유를 들어 윤 행장 임명을 반대해 왔다.
기업은행은 2010년 조준희 전 행장을 시작으로 권선주·김도진 전 행장까지 3연속 내부출신 행장을 배출해냈다.
특히 2013년 권 전 은행장이 최초의 '여성은행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능력만 있다면 성별이나 정권, 출신에 관계없이 은행장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퍼졌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관료 출신 행장이 취임하게 되면서 기업은행 내부에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감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내부 출신 행장이 기업은행을 맡아 큰 문제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며 "그런데 이제와서 외부 인사를 임명해 잡음을 일으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의 임명이 철회될 때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