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 결과 피해기업 4곳이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실액의 15~41%(평균 23%)를 배상받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열린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기업 4곳에 대한 배상비율을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 기업의 손실액은 총 1490억원이며, 총 손해배상액은 256억원이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A기업 손실액 102억원에 42억원 배상(배상비율 41%) △B기업 손실액 32억원에 7억원 배상(배상비율 20%) △C기업 435억원에 66억원 배상(배상비율 15%) △D기업 921억원에 141억원 배상(배상비율 15%)이 결정됐다.
이들 기업에 키코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기업들이 주로 환 위험 회피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기업 732곳이 약 3조3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분조위는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분조위는 판매 은행들이 키코계약 체결 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타행의 환헤지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또 오버헤지로 환율 상승 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분조위는 판단했다.
분조위는 동양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불완전판매 분쟁조정(2014년 7월), KT ENS 불완전판매 분쟁조정(2018년 7월) 등 불완전판매 관련 기존 분쟁조정사례를 산정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적용되는 배상비율 30%를 기준으로 당사자 간 계약의 개별 사정을 고려해 최종 배상비율이 정해졌다.
배상책임 가중사유는 주거래은행으로서 외환 유입규모 등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우, 계약기간(만기)을 과도하게 장기로 설정해 리스크를 증대시킨 경우 등이다. 반면 배상책임 경감 사유는 기업의 규모가 큰 경우, 파생상품 거래경험이 많은 경우, 장기간 수출업무를 영위해 환율 변동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 등이다.
금감원은 키코 분쟁조정 관련 양 당사자에게 분조위 조정결정 내용을 조속히 통지해 수락을 권고할 예정이다. 피해기업 및 은행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나머지 피해기업들은 양 당사자의 수락으로 조정결정이 성립되면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합의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