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전기자동차 충전 할인, 전기 사용량이 적은 가구에 대한 할인 등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각종 전기요금 한시 특례할인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특례할인을 도입하지 않고, 현재 운영 중인 특례제도를 모두 일몰시키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29일 “경영에 부담이 되는 각종 할인 혜택을 모두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요금체계 개편은 한전 스스로 할 수 없고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만큼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온갖 할인 제도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누더기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한전은 주택용 절전 할인, 신재생 에너지 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등 여러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7월 "두부(전기)가 콩(석유)보다 싸졌다"고 발언하는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도 "전기요금을 지금 내가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재차 시사했다.
한전은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상승 영향으로 올 상반기에만 92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2년 상반기 2조3000억원의 적자를 낸 후 최대 규모다. 상반기 기준 부채는 122조8995억원이다. 한전은 정부가 여름철 누진제를 완화하며 3000억 원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경영 상황이 개선되지 않음에 따라 11월까지 자체적으로 전기요금 개편안을 만들어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원가 공개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용도별 요금 원가 공개를 협의하고 있다”며 "야단을 맞더라도 용도별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필수사용량 공제 폐지와 계절·시간별 요금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제세 부과금 제도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사장은 다음달 미국 뉴욕과 보스턴에서 외국인 주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요금을 통제하니 재무성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며 “요금체계가 개선될 때까지 참아달라고 설득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정부의 전기 요금 통제와 탈(脫)원전 정책 등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