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실업 상태에 놓인 ‘장기실업자’ 수가 갈수록 늘어 현재는 50만5000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장기 실업의 늪에 진입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업자의 이질성 분석: 구직기간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실업자는 2013년 이후 지속 상승하는 추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1073만명) 중 장기실업자는 492만명으로 45.9%를 차지했다. 2013년 전체 실업자의 36.1%에 그쳤던 장기실업자는 이후 해마다 비중이 커지고 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과장은 “2013~2015년 산업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장기실업자가 많이 유입된 데다, 전체 실업자의 취직확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장기실업자가 실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장기실업자가 1개월 이내에 취직할 확률은 33.4%로 단기실업자(53%)보다 낮다. 매달 새로 유입되는 실업자 36만명(2006~20019년 평균) 중 장기실업자(11만5000명)의 수 자체는 단기실업자(24만5000명)보다 적다. 하지만 단기실업자는 실업상태에서 비교적 빠르게 벗어나는 반면 장기실업자는 그렇지 못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 상태가 1개월인 실업자의 취직확률은 45%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의 실업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직확률은 급락했다. 2개월 실업자의 취직확률은 38%, 3개월 실업자의 취직확률은 35%로 나타났다. 9개월 실업자의 경우 29% 정도에 불과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장기실업자가 되느냐 아니냐는 성·연령·학력·산업과는 큰 관련이 없다. 대신 실업 사유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발적 퇴사가 아니라 해고를 당했거나 또는 경력 단절자가 노동시장에 재진입한 경우엔 장기실업자가 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육아나 은퇴 등 어떤 이유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뒤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경우, 장기 실업자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구직기간이 5개월 이상인 실업자 전체 중 40%에 달하는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경우였다.
장기실업자의 증가는 경기가 아닌 구조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자동화로 인해 중간직급이 사라지고, 고령화로 노령층이 일자리 구하기에 나선 것이 장기실업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한은은 “장기실업자 비중이 높으면 실업률 하락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며 “정부가 정책으로 대응할 여력도 작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총수요 정책으로는 고용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