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밸류뉴스= 신현숙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약 9조원에 인수한 미국 전장(전자장비)·오디오 전문업체 하만(Harman)의 경영진이 또다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1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초 하만 본사가 있는 미국 코네티컷주(州)의 지방법원은 패트리샤 B. 바움 등이 하만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집단소송을 진행하겠다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하만이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 주주들에게 배포한 경영실적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미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등의 방식으로 흡수 합병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이들 원고는 주장하고 있다.
또 그 당시 인수합병(M&A) 과정에 관여한 투자은행(IB)이 삼성전자와 '특수관계'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잠재적인 '이익 상충(Conflict of Interest)'의 빌미를 초래했다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법원은 이런 주장들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이며 하만 경영진들에게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로 집단 소송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7년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대주주가 인수에 반대한데 이어 소액주주들이 '신의성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공방이 진행된 바 있다.
이후 하만 주주총회의 인수 안건 가결 처리와 반독점 규제 당국 승인 등에 이어 지난해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의 중재로 집단소송마저 취하되면서 분쟁이 최종적으로 종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 지방법원이 원고들이 주장한 일부 혐의에 대한 심리 개시를 결정하며 2차 법정공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자체를 뒤집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M&A가 추진될 때 반대 입장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로펌을 매개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 데다 실제로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중재나 일부 보상 등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하만의 지난 2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실적은 매출액 2조5200억원, 영업이익 90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8%, 12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