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대형병원들이 해외 이민·유학 비자 발급용 신체검사료를 담합해 최대 100%나 대폭 인상한 사실이 드러났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국(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중국)의 이민·유학 비자 발급 과정에서 신청자가 받아야 하는 신체검사 가격을 동일하게 결정한 15개 의료기관 소속 17개 병원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시정명령 대상 병원은 신촌세브란스, 강남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부산대학교병원, 부산메리놀병원, 강원대학교병원, 조선대학교병원, 하나로의료재단, 삼육서울병원, 혜민병원, 한국의학연구소, 대한산업보건협회, 한신메디피아의원,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제주대학교병원 등이다. 이민·유학 비자 신청자는 5개국 대사관이 요구하는 신체검사를 이들 지정병원에서 받도록 되어 있다.
공정위는 “대사관의 새로운 검사항목 추가 요구 등 신체검사료 변경 사유가 발생할 경우 가격 변경안을 대사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정병원들이 공동으로 가격 수준을 동일하게 결정하는 담합 행위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정병원들은 2002년 1월부터 2006년 5월까지 국가별로 1~2차례씩 신체검사료를 동일 수준으로 결정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했다.
캐나다 비자 신체검사 지정병원인 5개 병원(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 등)은 2002년 1월 에이즈검사 항목이 추가되면서 검사료(만 15살 이상 기준)를 12만원에서 14만원으로 올렸고, 이어 2016년 5월에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이를 다시 17만원으로 올리기로 담합하고 실행에 옮겼다. 2차례 담합으로 검사료는 42% 인상됐다.
뉴질랜드 비자 신체검사 지정병원인 신촌세브란스, 서울성모, 하나로의료재단은 2005년 11월 에이즈, B형간염, C형간염 등 10여개 검사항목이 추가될 때 검사료(만 12세 이상 기준)를 기존 13만원에서 27만원으로 올렸고, 이어 2006년 5월에도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다시 30만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하고 시행했다. 이들 병원이 6개월 사이 담합한 검사료 인상률은 무려 114%에 달한다.
나머지 국가의 담합을 통한 신체검사료 인상률은 호주 58%(만 11살 이상 유학비자 기준), 미국 25%(만 15살 이상 기준), 중국 21.4%(전 연령 대상) 등이다.
각 국가의 이민·유학 비자 발급자 현황은 비공개여서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이 어려우나, 90일을 초과해 해외에 장기체류한 내국인 출국자 수는 매년 30만명 수준에 달해,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의료 서비스 한 분야인 비자 신체검사 영역 수수료 결정 과정에 대해 최초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것”이라며 “이번 시정조치로 인해 앞으로는 보다 경쟁 친화적이고 소비자 이익이 제고될 수 있는 방향으로 비자 신체검사 수수료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