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를 담당한 변호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위반과 관련한 법무법인에 이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의 모든 과정에 참여해, 감리에서 나온 자료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금감원 조사원이 조사기업을 변호하는 로펌으로 이직하는 행위는 비윤리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조사를 직접 담당한 회계조사국 총괄팀 수석역(3급) J모 변호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조작에 감리책임을 받고 있는 삼성회계법인의 법무 대리인인 태평양으로 이직한다. 태평양은 삼정회계법인을 대표해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을 놓고 치열하게 법률 다툼을 벌이는 법무법인이다.
J모 변호사가 태평양에서 삼정회계법인 변호인단에 포함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에 관련해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그러나 이직만으로도 금감원에서 조사한 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J모 변호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든 조사과정에 실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J모 변호사가 소속된 회계조사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의 전담 국이다. 회계조사국은 특별감리팀을 만들고 2017년3월 감리 시작부터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결정을 할 때까지, 회계처리기준 위반과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 등 모든 조사와 자료를 만들어냈다.
회계조사국에서 J모 변호사는 작년 연말 조사가 끝날 때까지 1년 이상 실무자로 일했다. 회계조사국의 단 1명밖에 없는 변호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법률문제와 이슈를 조언했다. 특별감리팀의 지원 업무를 맡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금융위의 감리위원회와 증선위에 참석해 금감원의 법률 대변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J모 변호사의 이직에 대해 우려가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조사와 관련한 비밀자료와 논리가 태평양으로 유출돼 역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감원의 직원윤리와 명예를 떨어트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금감원이 J모 변호사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로펌으로 이직을 막을 길도 없다. 금감원은 1~5급 직원 가운데 1~4급 직원은 이직하는 경우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취업제한과 행위제한 규제를 받는다. 금감원서 소속한 부서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만일 위반하면 당사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런데 변호사는 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이라고 해도 변호사는 취업제한대상이 아니어서 개인의 판단에만 맡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이직시 심사 대상은 아니지만, 만일 업무 관련 자료를 유출하면 공직자윤리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