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상상도 못한 사건 사고로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이, 그리고 마음 아프게 연말을 보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1월 되고도 20일이나 지났다. 그런데 어째서 여전히 내 마음은 2024년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새해가 되면 좀 달라지겠다고 마음먹은 것과는 달리 여전히 나는 연말에 멈춰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다 또 어영부영 2025년을 흘려보내고 후회하며 2026년을 맞이하는 건 아닐까?
아무래도 이런 고민을 품고 있는 사람이 나만은 아닌 듯하다. SNS에선 따지자면 구정인 설부터가 진정한 새해의 시작이라고, 그때부터 달라지면 된다고 자신을 가볍게 응원하는 글이 돌아다닌다. 그렇다면, 이번 설 연휴부터는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
이번 설부터는 더 나은 내가 되어 보겠다고 비장하게 목표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면, 잠깐 멈춰 목록을 살펴보자. 분명 작년에도 우리는 똑같은 계획을 짜고 있었다. 계획이 같은데 올해는 좀 달라질 수 있을까? 그렇다. 정말 달라지기 위해서 필요한 건 내 삶의 ‘무엇’을 바꿀 것인가가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나를 되찾는 집중의 기술'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로 게으름을 탓하는 것과 다르게, '나를 되찾는 집중의 기술'의 저자 샘 혼은 우리의 산만함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갖은 이유로 내 삶에 정말 필요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 보니 SNS 알림과 넷플릭스 콘텐츠의 유혹, 그리고 온갖 뉴스와 가십에 휘말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현실을 아프게 꼬집는다. 만약 그런 곳에서 허비되고 있는 집중력을 내가 원하는 곳에 제대로 쓸 수만 있다면 어떨까?
집중의 개념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나는 재미있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간 개념을 재정립하면 인생에서 경주를 벌여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생각 대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누리는 시간을 깨닫게 된다고 할까? 그러면 시간을 최고로 쓰는 방법은 곧 이 순간을 즐기는 것임을 알게 된다. _ '나를 되찾는 집중의 기술' 중에서
우리는 하루하루가 어제보단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새해 계획을 세운다. 샘 혼은 그런 목표가 계획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려면 필요한 것으로 ‘T.I.M.E.’ 관리를 꼽는다. 얼핏 보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같지만, ‘T.I.M.E.’는 생각(Thought), 관심(Interest), 순간(Moment), 감정(Emotion)의 영어 앞 글자를 따온 약어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생각과 싸우고, 관심이 흐트러진 채로, 순간을 잊은 채, 감정에 휘둘린다. 그렇게 많은 것들에 우리의 주의력을 나누어 쓰다 보니 항상 지쳐서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은 잊고 흐리멍덩하게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네 가지 요소를 제대로 관리할 줄만 안다면, 내가 꿈꿔온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샘 혼은 이를 위해 선(禪)의 지혜를 빌려 개발한 ‘집중 수행(ConZentration)’ 비법을 소개한다. 핵심은 단순하다.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느끼라는 것!
우리가 찾는 행복, 열망하는 삶은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현재 이 순간에 마음을 쏟고 온전히 경험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_ '나를 되찾는 집중의 기술' 중에서
일상에서 소소하게 좌절할 때뿐 아니라,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큰 고난이 찾아왔을 때도, ‘지금 이 순간의 힘’은 빛을 발한다. 믿었던 남편의 배신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을 때, 샘 혼을 구한 것은 다름 아닌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이었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수영장에서 공을 던지며 웃은 시간.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에 몰입해 괴로움을 모두 잊고 충만함을 느꼈다. 이후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그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샘 혼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그 어떤 거대한 물결이 덮쳐와 모든 계획을 망가뜨리더라도 순간의 마법을 알고 있다면 웃을 수 있다. 더 이상 망아지처럼 날뛰는 마음에 휘둘리지 않게 붙잡아줄 힘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새해 계획으로 돌아와 보자. 이제는 새해에 대한 큰 욕심으로 쓴 그럴듯한 목표들의 함정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 순간에 집중해 더 원하는 나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당신은 어떤 순간 가장 행복했고, 나다워졌는가? 그 순간을 일상에서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순간에 집중하는 마법을 깨달았다면, 올해에는 당신도 분명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이맘때, 지금 세워둔 계획을 들여다보면서 당신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기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