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날마다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설레고, 직장동료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행복한 회사 생활을 즐기는 이는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복잡한 출근길에 당한 어깨빵, 마감기한이 임박했는데 손도 대지 못한 업무, 상사가 툭툭 던지는 기분 나쁜 농담… 이 모든 상황에서 직장인이 얻을 수 있는 거라곤 스트레스고 불만일 뿐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회사 생활에 관한 고충과 힘듦을 토로하는 자리로 변질된 것은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끝마치면 하루가 끝난다. 이런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런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사람은 신입, 막내뿐만이 아니다. 대리, 과장, 팀장, 심지어는 사장까지도 같은 구렁텅이에 빠져있거나 빠져나오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수고스러움을 겪었을 게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말 못 할 속상함, 우울감을 마음속 어딘가에 덮어두고 사는 직장인은 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이 케케묵은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는 대나무숲은 어디일까.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아홉 번째 필독서 <회사가 당신을 힘들게 할 때>(흑수베이더 지음, 트로이목마)가 바로 그곳이 되어줄 것이다.

'회사가 당신을 힘들게 할 때'. 흙수베이더 지음, 트로이목마. [이미지=교보문고]

저자의 필명은 흙수저와 다스베이더의 합성어인 ‘흙수베이더’다.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 다스베이더는 어릴 적 노예였다가 기사가 되어 기구한 인생사를 통해 타락과 회개를 경험했다고 한다. 어쩌면 25년간의 회사 생활에서 듣고 보고 느낀 저자의 ‘직썰’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아주 평범한, 보통의 대한민국 직장인이기도 한 저자는 IMF 시기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력서를 60개나 거절당한 취준생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파란만장한 경험담과 유쾌한 풍자가 더욱 와닿는다.

이 책은 3·4 혹은 4·4 대구(對句)의 3줄짜리 시조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사이사이 짧은 산문에 우리의 직장 생활에 필요한 잔소리와 쓴소리가 담겨있다. 현대시조를 통해 풍자와 해학을 표현하는 저자의 센스가 놀라운 책이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비슷합니다. 어느 모임이나 비슷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A회사에 있는 캐릭터가 B회사에도 있습니다. 우리 조직에만 또라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 또라이가 없어져도 다른 또라이가 또 옵니다. 또라이 없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또라이일 수 있습니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너만 힘든 게 아니야, 라는 꼰대의 충고가 아니다.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직장인이 당신 곁에 있다고, 그러니까 주저앉지 말고 어떻게든 버티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회사가 당신을 힘들게 할 때>는 오늘도, 내일도, 어쩌면 향후 몇 년간 회사 때문에 힘들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김정빈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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