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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㊹OCI그룹, 한미약품과 '전인미답' M&A…태양광 경기변동↓ 나서 - 폴리실리콘, 호황·불황 극단 오가며 주가·실적 발목 - 부광약품과 시너지로 신약 개발 성과 기대
  • 기사등록 2024-02-04 19: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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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밸류뉴스=이명학 기자]

빅 사이닝(Big signing).


글자 그대로 '큰 계약'을 말한다. 세간이 깜짝 놀랄 만한 계약이 체결되면 '빅 사이닝이 성사됐다'고 표현한다. 통상 스포츠 업계에서 쓰이던 '빅 사이닝'이 재계에서 들려 왔다. 태양광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재계 30위권 OCI그룹(회장 이우현)이 '제약업계 키플레이어' 한미그룹(회장 송영숙)과의 통합을 발표한 것이다. 그간 재계에서 유사 케이스가 없었던 이종(異種) 대기업집단 사이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발표 배경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집단 43→38위…5단계↑... 폴리실리콘 '호황반전' 수혜


OCI그룹은 지난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위원장 한기정)가 발표한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38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비 5계단 점프했다. 계열사는 OCI, 부광약품, 유니드, SGC에너지(이상 상장사), OCI파워, OCI정보통신(이상 비상장사) 등 21개로 전년비 1개 감소했다. 


OCI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 2023년 12월.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 계단 오르기도 힘든 대기업집단 순위임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과다. 그렇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OCI그룹이 대면하고 있는 도전과 고민이 읽혀진다. 


이번 순위 점프는 물론 실적 개선 덕분이다. 지난해 초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OCI는 매출액 7조9510억원, 순이익 5조674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40.12%, 48.11% 급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각국에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OCI가 생산하는 폴리실리콘 매출액이 증가한 덕분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이며 중국산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비(非) 중국산으로는 OCI가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다.  


최근 10년 OCI실적과 연혁. [자료=OCI 사업보고서] 

◆태양광 사업의 '경기변동 리스크' 대안으로 제약 점찍어


문제는 폴리실리콘 사업이 호황과 불황을 극단으로 오간다는 점이다. 


폴리실리콘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가격(price)이며 최근 10여년 동안 중국이 대량 생산을 통해 폴리실리콘을 글로벌 시장에 쏟아내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10달러(약 1만3300원) 밑으로 떨어졌다. ㎏당 10달러는 OCI가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그래서 OCI는 2020년까지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태양광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PV Insights)에 따르면 2019, 2020년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8~9달러에 머물렀다. 


2019년은 OCI에 '악몽의 해'로 기억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생산은 중단됐고,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었다. 2019년 영업손실 1806억원은 OCI의 10년만의 최악의 실적이었다. 앞서 2013~2015년에도 OCI는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OCI 매출액 비중. 2023년 상반기 기준. [자료=OCI사업보고서]

그러다가 2021년 들어 중국 전력난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했다. 현재 비 중국산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3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OCI의 2021년 이후 실적 개선은 이같은 배경을 갖고 있다. 


OCI는 폴리실리콘 사업을 영위하는 한 이같은 불황을 언제든 다시 맞이할 수 있다. 이는 OCI그룹에게 '악몽의 시나리오'다. OCI가 태양광 사업의 극단적 경기변동성을 대체할 수 있는 신사업을 찾아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던 차에 한미약품그룹으로부터 제안을 받으면서 통합이 급물살을 탄 것이다. 


OCI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p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재계에서는 OCI그룹 입장에서 한미약품과의 통합 제안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OCI는 태양광 사업의 경기변동성을 보완하며 수요가 꾸준한 신사업으로 이미 제약·바이오 사업을 점찍은 터였다.


앞서 2022년 OCI그룹은 부광약품을 인수하며 제약·바이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부광약품 지분 773만주(11%)를 1461억원에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부광약품이 가진 연구개발(R&D) 능력과 OCI의 풍부한 자금력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효과는 크지 않다. 부광약품은 '사이즈'가 작다는 한계도 갖고 있다. 부광약품은 중소형 제약사이며 2022년 매출액 1909억원, 영업손실 2억원, 손순실 4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한미약품은 같은 기간 매출액 1조3315억원으로 전통 제약사 가운데 유한양행(1조7758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 1581억원, 순이익 1016억원이다. 


지난달 OCI홀딩스-한미그룹의 통합 발표에 따르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구주·현물출자 18.6%+신주발행 8.4%)를 7703억원에 인수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주주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게 된다. 


태양광 경기변동 리스크↓ 부광약품과의 제약 시너지↑ 기대 


OCI·한미그룹 통합이 향후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지에 관해 재계의 한 인사는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유사 케이스가 없는 데다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현재 OCI그룹이 한미그룹과의 통합으로 기대되는 가장 큰 효과는 앞서 언급한대로 폴리실리콘 사업의 '경기변동 리스크' 해소이다. 그간 OCI 주가의 발목을 잡아온 이 리스크가 해소되면 OCI 주가가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주식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부광약품과의 제약 시너지도 기대된다. 부광약품은 매출액의 10~20%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어 한미약품과 협업할 경우 R&D 시너지가 커질 수 있다. 통합으로 확보될 재원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위한 운영 자금으로 쓰일 계획이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부광약품과 한미약품의 R&D 분야가 겹치지 않는 장점도 있다. 한미약품의 R&D는 △대사·비만 △면역·표적항암 △희귀질환 분야 등에 집중돼 있고 부광약품은 신경계 질환에 집중돼 있어 신약 파이프라인이 겹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같은 인위적 R&D조직 개편 없이도 협력을 통한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영업 부문에서도 두 회사 간 겹치는 제품들이 없어 협력하는 세일즈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수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체력도 갖게 된다. 협상 상대방과 계약 규모를 놓고 힘겨루기를 할 때, 원개발사가 자체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회사라면 협상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비즈니스의 법칙이다. 이에 양사가 통합함에 따라 향후 라이선스 계약 협상에 있어서 시너지가 될 수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넘어야 할 도전도 만만치 않다. 당장 송정숙 한미그룹 회장 장남 임종윤 사장이 통합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동업(同業)은 결국 실패하거나 잘해야 이별로 끝난다'는 비즈니스 격언도 잠재적 리스크다.  


이우현 회장, 제약·배터리 양대 신사업 추진


한미그룹과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이우현 회장은 고(故) 이회림(1917~2007) OCI그룹 창업회장 장손으로 2013년 5월 OCI홀딩스 회장에 취임했다. OCI홀딩스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다. 숙부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5.40%)에 이은 3대주주다.


OCI그룹 오너 가계도. 

고(故) 이수영(1942~2017) 회장과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생활 경험을 갖고 있어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임직원 의견을 존중하고 격의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퇴근하다 임직원을 만나면 직접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기도 한다는 일화를 갖고 있다. 


myung09225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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