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얼마 전, 지인이 자신의 첫 회사와 신입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이제 막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대략 5년 전의 일일 것이다.

남들보다 졸업이 늦어 어딜 가나 취직은 언제 할 거니, 같은 지겨운 질문을 받던 그는 어느 IT 회사의 영업 직원으로 신입 타이틀을 얻게 됐다. 초봉이 9천만 원대인 대기업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입사 직후 실무에 대한 열정보단 자격지심에 쩌든 취준생 때의 기억을 버리고자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질만 하고 다녔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회사에 적응했을 때쯤 차도 사고 집도 구해 어엿한 직장인이 된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입사했던 동기들은 저만치 앞서가 있고 자신은 제자리걸음 중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때부터 급속도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능력주의, 성과주의 회사에서 낮은 연차의 직원으로 살아남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동기들은 어찌나 잘났는지 너도나도 유능함을 자랑하며 나날이 성장하고, 그는 점점 회사 안에서 고립되어갔다. 스스로의 서열이 바닥인 것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 사람은 가지고 있던 모든 업무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마침내 신입에서 벗어나 나름 2~3년 차 직원이 되었는데 자신감은 생기질 않고 끝없는 자기부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회사를 떠났다. 그때 그에게 남아있던 것은 경력도, 커리어도 아닌 우울증과 공황장애였다고.

과장된 이야기 같겠지만 결코 아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이 생각보다 많다. 신입이라고 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전쟁 같은 회사 생활에서 자아정체성을 잃거나 뺏기지 않으려 준비해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세 번째 필독서 <회사생활이 힘드냐고 아들러가 물었다>(오구라 히로시 지음, 박수현 옮김, 지니의서재)는 두 번의 우울증을 겪은 저자의 ‘아들러 심리학’ 기반 직장생활 전략서다.

<회사생활이 힘드냐고 아들러가 물었다> 오구라 히로시 지음, 박수현 옮김, 지니의서재. [이미지=교보문고] 

이 책은 일과 인간관계,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만한 어려움을 주인공 ‘료’의 이야기로 풀어내어 현대사회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본래 심리학이라고 하면 실제 나의 삶에 적용시키기 어려운 이론과 낯선 용어가 거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시행착오와 아들러 심리학의 12가지 핵심 전략을 읽다 보면 틈날 때마다 가방 안에서 이 책을 꺼내보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개념인 ‘용기’와 ‘공동체 감각(사회적 관심)’이야말로 직장 생활에 가장 필요한 열쇠가 아닐까.

“우리는 상대 평가에 익숙하다. 학창시절부터 성적이나 실력으로 남들과 비교당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들보다 조금 못한 지점이 보이면 바로 ‘열등한 나’가 된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능 가치’일 뿐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기능 가치에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 인간으로서 ‘존재 가치’는 누구나 똑같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가치관을 먼저 확립하고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수용할 것. 무슨 일이 있어도 존재가치를 부정하며 스스로 원망하고 자책하지 말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회사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자세다.

김정빈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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