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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국내 제약사가 비만치료제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3가지 이유

  • 기사등록 2024-01-10 11: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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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산업2부장]

비만은 질병인가? 


대답은 그렇다. 


비만은 체내 기관의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만성질환 위험을 안고 있는 상태다. 2013년 미국의사협회는 비만에 의한 사망률, 유병률 증가에 따라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당시 여론은 질병이라는 부정적 시각과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비판했지만, 미국의사협회는 비만으로 인한 고통을 줄일 방법은 치료라고 응수했다.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의사 처방이 가능해진다. 즉, 환자의 치료에 따른 본인부담률이 줄어든다. 다행히 현재는 비만을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비만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몇 가지 비만치료제가 엄청난 이슈몰이를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문 요청이 쇄도했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도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8월 국내 주식시장에 형성된 ‘비만’ 테마는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고 하반기 제약·바이오주를 견인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대원제약, 대웅제약, 유한양행, 펩트론 등이 체중 감량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비만치료제의 핵심은 인슐린을 제어하는 혈당 관리를 통해 성인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데 있다. 하지만 이 치료제들 대부분이 임상시험 진행 중에 있고, 부작용보다는 체중 감량 효과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맹점을 갖고 있다. 


해외 시장의 급격한 성장… 제약사 실적 개선↑


지난해 비만치료제 위고비(노보 노디스크(비만)), 오젬픽(노보 노디스크(당뇨)), 마운자로(일라이 릴리, 당뇨 및 비만)), 테라퓨틱스(바이킹(비만))가 틱톡을 뜨겁게 달구며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틱톡 검색창에 ‘위고비’를 치면 실시간으로 살이 빠지는 모습을 담은 숏폼 콘텐츠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사진 위부터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사진=노보 노디스크, 일라이 릴리]

앞서 2022년 10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현 X) 인수 직후 30파운드(약 13.6㎏)를 감량해 전과 후 사진이 논란이 되었는데, 위고비와 식단앱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만치료제는 일주일에 한 번 배에 주사하는 것만으로 단기간에 체중의 12~15% 감량할 수 있다.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유명 인플루언서의 잇따른 고백과 소위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감량 후기에 힘입어 해당 제품은 지금도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위고비는 2021년 6월 체중 감량 목적으로 최초 승인을 받았다. 같은 회사 오젬픽은 당뇨병 치료제지만,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한다. 가장 최근인 지난 11월 일라이 릴리의 당뇨치료제 젭바운드가 비만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이하 FDA) 승인을 받았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부터 아시아 공급을 시작하며, 위고비의 아시아 첫 주자인 일본에서 2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위고비가 상반기에 들어올 거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 8월 위고비의 셀렉트(SELECT, 주요 심혈관 사건(MACE) 예방 효과 검증) 임상 시험이 발표되자 해당 기업뿐 아니라 관련 기업의 가치가 급등했다. 이때 국내 주식시장에도 ‘비만’ 테마가 형성됐다. 


국내 제약사의 혁신 기술, 해외 경쟁력 제고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대원제약, 대웅제약, 유한양행, 펩트론 등 국내 제약기업의 행보도 눈에 띈다. ‘비만’ 테마가 형성된 지난 8월 11일, 동아에스티 주가가 27% 상승하며 연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1월 3일 한미약품도 비만치료제 분야의 기술 이전(라이센스 아웃) 빅딜 성사에 기대감을 보이며 주가가 상승했다. 펩트론은 지난 1년간 주가가 5~6배 오르며 바이오 종목 상위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비만치료제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8조원이었지만, 2030년까지 연평균 30% 성장률을 보이며 100조가 넘는 시장 규모가 될 거라고 예측한다. 이에 시장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개발 현황 [이미지=더밸류뉴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에페글레나타이드(개발명 HM11260C)'에 대해 지난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국내 제약업체 중에서는 가장 빠르며 2025년 출시 후 총 5종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의 미국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나스닥 상장)는 'DA-1726' 개발을 위해 지난 2일 임상 1상 시험계획을 FDA에 제출했다.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NASH(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DA-1241의 글로벌 임상 2상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의 치료제를 준비 중이다. 대원제약도 지난 8월 식약처에 신청한 ‘DW-1022’는 다국적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주사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으로 바꾼 치료제다. 


유한양행은 당뇨·비만치료제 ‘YH25724’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이전해 1상 중에 있다. 직접 개발 중인 ‘YH34160’은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인 GDF-15 유사체를 이용했다. 


지난해 일주일 제형을 한 달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로 관심을 모았던 펩트론도 당뇨·비만치료제 PT403/PT404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를 체결했다. 


증권업계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제약바이어주의 반등이 시작됐고 여기에 비만치료제가 한몫할 거라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사들, 비만치료제 개발 적극 나서야 


국내 제약기업에서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는 과거 항정신성의약품 비만치료제(3~5%)에 비해 체중 감량 효과가 탁월하다. 탁월한 만큼 반응도 좋아서 비만치료제로 시작했지만, 살을 빼고 싶다는 욕망에 편승한 격이 됐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약물은 재고 부족으로 세마글루티드를 합성한 복합 약물과 불법 거래로 인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FDA는 복합 세마글루티드 사용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환자들에게 판매되는 일부 제품이 소금 제형의 합성 약물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립보건원(NIH)은 갑상선 종양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사람의 종양 위험을 증가시키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뇨치료제가 비만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 10년 남짓이지만, 사람들의 복용 기간은 그보다 훨씬 짧다. 전 세계에는 10억 명이 넘는 비만 인구가 존재하고 수치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는 70여 개의 비만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비만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을 수용하려면 더 많은 약물이 필요할지 모른다. 제약기업들이 비만치료제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다. 


국내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국내 비만 인구의 치료뿐만 아니라 외국계 제약사로부터 비만 시장을 지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국내 비만치료제의 점유율은 3% 미만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해외 제약사의 국내 공급이 상반기에 이뤄진다면 국내 시장을 내어주는 꼴이 된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의 비만치료제가 내국인의 실정에 더 맞는다면 기회가 될 것이다.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먼저 제품을 출시하는 한미약품을 비롯해 제품을 준비 중인 국내 제약사들의 비만치료제 개발을 적극 응원한다. 


ynsooy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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