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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멀리서 주식투자를 관찰하면 재미있고 신기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978년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내고 1979년에 국무총리가 된 신현확 씨와 택시 운전 일을 하는 최원호 씨가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한 이야기도 그중의 하나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이야기에 사람들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주식투자의 핵심요소가 들어 있어서 한번 살펴본다.


신현확은 경제기획원 장관이 되기 훨씬 전인 쌍용산업 사장 시절에 매수한 삼성전자 주식 1만주를 1973년에 아들에게 물려주었는데, 그 아들이 30여 년 넘게 보유해오다 2004년에 주당 51만원에 모두 처분해 120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평가이익이 대략 600배에 달했다.아들은 이 주식을 팔아 서울 강남에 100억원대 빌딩을 구입했다.


최원호는 1995년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모으기 시작해 내집 마련을 위해 2000년도에 한번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가, 같은 해에 다시 매수를 시작해 2020년 6월에 모두 팔았다. 대략 50배를 벌었다고 한다.


이 분들이 삼성전자 투자로 이렇게 큰 수익을 올린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두 사람은 모두 국가가 발전 단계에 있을 때 투자하였다. 두 사람이 실제로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한 시기는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던 발전 단계였다. 이런 시기에는 기업들은 각각 나름대로 규모에 맞게 성장의 파이를 나누어 먹게 된다.

 자료: 사와카미 아쓰토 저/유주현 역, 《50세부터 시작하는 장기투자》 (2008). [사진=예스24 캡쳐]

신현확의 아들이 주식을 물려받은 당시 한국의 명목GDP는 1973년에 5조5273억원이었지만 2004년에는 908조4392억원으로 대략 164배 증가하였다. 최원호가 투자를 시작한 1995년에는 명목GDP가 436조9888 억원이고 2020년에는 1940조7262억원이라서 대략 4.4배 증가하였다.


당연히 시대의 필요를 채워주던 삼성전자는 급성장하게 되고, 이 성장은 주가에 반영되어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된 것이다. 국가가 발전 단계에 있을 때 삼성전자에 투자한 두 사람은 모두 행운아다. 해외의 거대 자본들이 성장하는 국가의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 몰려 다니는 것도 다 이런 연유이다.


최근 10년간(2013-2022)의 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실질GDP성장률)은 대략 2.64%에 불과해서 기업들이 전체 경제성장에서 얻는 상승효과는 미미하다. 이런 경우에는 국가의 성장성보다는 개별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


둘째,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성장 주기에 투자했다. 중요하다. 같은 삼성전자라도 이미 성장기를 지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성장 속도가 예전 같지 않아서 투자 수익률이 예전처럼 좋을 수 없다. 주식투자는 원래 기업의 수익 주기에 맞추어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더 길게는 기업의 성장 주기에 맞추어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두 사람이 투자했던 시기는 삼성전자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이다.


국가가 성숙 경제의 단계로 진입하거나 기업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 지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대체로 실적이 둔화된다. 이 시기가 되면 수요는 정체되는데 혁신을 위한 투자비용은 영업활동으로 버는 현금의 절반 이상이나 그에 버금가는 조 단위로 늘어나고 제품 가격은 겨우 인플레를 반영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기업의 실적이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삼성화재나 KT 같은 기업의 시계열 데이터를 관찰하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기에 좋은 주식이 성숙기에 좋은 주식은 아니다. 다만, KT는 2000년 이후 거의 20 여 년 동안 매년 수조원씩 투자를 하면서 기업을 혁신해왔는데, 2021년부터 실적도 좋아지고 재무상태도 개선되고 있어서 앞으로 그동안의 투자 효과가 성장으로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매도한 후에 최원호는 삼성전자에는 투자를 안 하고 미국 기술주에 투자한다고 한다. 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다만,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성장 중에 있고,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가 수십조원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의 성장성을 지속할 수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셋째, 두 사람은 기업을 보고 투자하였다. 신현확이 삼성전자를 매수했던 당시는 삼성 내 주력기업은 제일제당 등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기업가치가 그리 높지 않던 때였다. 경제기획원 장관을 할 정도로 경제적 안목을 가지고 있었으니, 세상의 흐름을 알고 전자 산업이 향후 크게 각광을 받으리라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원호는 1995년 당시 굳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이유에 대해 "앞으로는 컴퓨터 시대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뜰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기술주는 삼성전자뿐이어서 200만원, 300만원, 돈이 생기는 대로 계속 사 모았다"라며 "IMF 때도 믿고 계속 매입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두 사람의 생각은 적중하였고, 모두 기업을 보는 안목이 탁월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식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 그 자체이다. 요즘 투자자들은 이것 저것 분석하느라 바쁘지만, 사실 다른 것은 그저 소소한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기업을 알고 투자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충실하면 위와 같은 행운이 따라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를 분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는 시장에서 일반 사람들이 “주가는 기업 미래 실적의 종속변수”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을 보는 안목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후일 경제기획원 장관이 될 사람과 택시기사의 안목이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모두가 공부하기 나름이다. 신현확은 젊어서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공부가 있는 사람이고, 최원호는 “제가 책을 상당히 많이 읽었습니다.”하고 고백한다. 모든 주식투자자들이 마음에 깊이 새겨 둘 말이다. 세간에 혹자(或者)는 주식투자에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예사로 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최원호는 반지하 월세방에 살며 하루 15시간 이상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택시를 운전해 가족을 부양하던 시절, 유일한 희망은 주식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주식을 계속 사 모았다.


넷째, 두 사람은 장기투자를 하였다. 신현확은 아들이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장기투자를 하였는데, 그 기간이 증여시기부터 따져도 대략 31년이다. 최원호는 대략 25년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기업의 성장기에 장기투자 한 경우의 결과를 여기서 볼 수 있다.


최원호는 재빨리 수익을 내기 위해 단타로 사고팔기 보다는 꾸준한 공부로 믿을 만한 종목을 선정한 뒤 최소 5년 이상은 두고 봐야 한다고 한다.


최원호가 말하는 주식의 최대 장점은 큰돈이 없어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의 경우 처음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큰돈이 필요하지만, 주식은 5만 원, 10만 원이 있어도 투자가 가능하다. 최 원호는 가난한 삶에서도 매월 돈이 있을 때마다 주식을 샀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푼돈으로 주식투자를 하여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라니 놀랍고 신기하다.


주식투자는 ‘6~7년 사이에 두 배가 되어주면 그만’이라는 식의 느긋한 태도를 취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원래 기업은 번 돈을 다시 투자도 해가며 천천히 돈을 벌고, 시장에서 큰돈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움직인다. 다만 좋은 기업에 장기투자를 할 때도 싸게 사야 한다는 조언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조언은 주식은 반드시 저PER일 때 매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투자 일수록 저PER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은 장기투자를 하면 돈을 번다고 하는데, 실제로 삼성전자처럼 수십년간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 시대를 이끄는 기업의 성장 주기에 투자하는 것은 행운이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업의 성장 주기보다는 수익 주기에 투자하고, 장기투자라도 그 기간을 3 내지 4년(짧게는 1 내지 2년) 정도로 짧은 장기투자가 돈을 버는 것이다. 지나치게 일찍 주식을 매수했다면 그보다는 1 내지 2년을 더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은 장기간의 기업 시계열 데이터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고, 다수의 투자 구루들도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PER에서 기업의 수익 주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언덕에 서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여유롭고 평화롭다. 끊임없이 격랑이 이는 주식시장에서 언덕에 서기 위해서는 공부와 지혜가 필요하다. 최고의 지혜는 주가는 기업 미래 실적의 종속변수임을 아는 것이다.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저작권자 Ⓒ 윤진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출처를 표시하여 내용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3년 10월 03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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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10 08: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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