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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가치투자를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은 사람들은 종종 가치 있는 기업을 찾으면 바로 그것이 주가에 반영되어 바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큰 오해다.


어떤 기업이 가치가 있다는 것과 그 기업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어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기업 가치 외에도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가치는 여러 가지 기준에서 측정될 수 있지만, PEG로 밸류에이션을 하는 경우에는 현재 주가는 낮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가치 있는 기업이 된다. 이런 기업들은 대체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뛰어나고 이익의 질이 우량하다.


피터 린치 (Peter Lynch) 는 PEG가 0.5 이하이면 투자하기 좋은 기업이라 하고, 짐 슬레이트 (Jim Slater) 는 PEG가 0.75이하이면(경우에 따라서는 1.0이라도) 투자하기에 적절하다고 한다. 이런 기업은 일반적으로 앞으로 돈을 잘 벌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 있는 기업이다.


만약 투자자들이 이러한 기준으로 가치 있는 기업을 찾아서 매수한 경우에 대체로 그 주식은 바로 상승하지 않고 한없이 서성거리면서 투자자의 속을 태우거나, 시장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투자자를 절망에 빠뜨리거나, 더 많게는 주가가 사정없이 떨어져서 투자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가치 있는 기업이라고 주식을 매수했는데, 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PEG를 이용하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그 외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모든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몇 가지 대안을 찾아본다.


첫째, 아무리 좋은 가치주를 매수한다고 해도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만들고 전략적 매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가치투자를 한 경우에 주가가 언제 가치를 반영하여 수익을 내는지에 대하여 대충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펀드에 종목을 편입할 때마다 PEG를 계산한다고 했던 피터 린치는 “내가 버는 돈은 대부분 투자한 지 3~4년째 되는 주식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 말은 가치투자로 수익을 얻는 데는 3~4년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간 동안 주가에 여러 가지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사진=예스24]

셋째, 매수한 주식이 시장에서 소외되는 경우에는 마음 고생이 심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고맙게도 가치투자의 황제로 불리는 존 네프(John Neff)는 이런 그의 고생담을 솔직하게 그의 책에 기록해 두어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당시 존 네프가 운영하는 뱅가드 윈저 펀드(Vanguard's Windsor Fund)는 1972년 일부 대형 성장주를 향한 시장의 기호를 무시한 채 기존의 방식대로 가치투자를 진행하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성장주 투자 열풍에 휩싸였기 때문에 존 네프가 매수한 주식들은 시장에서 완전히 소외되었다. 존 네프는 가치 있는 기업에 투자한 후에 4년을 기다려서 겨우 투자의 성과를 맞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1976년에 이르러 윈저의 탁월한 실적은 성장주가 주도하던 시절의 손해를 충분히 보상해 주었다.


넷째, 매수한 주식이 반 토막이 나는 경우에는 추가 매수를 할 수도 있다.


캐나다의 워렌 버핏으로 알려진 피터 컨딜 (Peter Cundill, 1938~2011)은 1980년대 후반에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라는 북아메리카 최대의 철강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다. 주당 15 달러에 매수를 시작했는데, 주가가 6달러까지 하락하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간담이 서늘했을 터이다. 그런데 컨딜은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추가 매수를 하여 1991년에 최종 매도를 하였을 때 이 주식의 매수로 그는 복리수익률로 30%를 넘게 벌었다고 전해진다. 대략 6년 정도 걸렸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일반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대체로 매수의견을 낸 잘 쓰여진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보았거나 그 보고서 속에 정리된 투자포인트가 정곡을 찌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자신이 매수한 주식이 생각처럼 금방 주가가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이 분야에 상당한 내공이 있는 피터 린치는 “본인이 흥미를 느껴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무시한다면 그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데 엄청난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옳고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이 유망하면 인내심은 보상 받는다.” 고 자신의 경험을 피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피터 린치는 3~4년 동안 보유하면 돈을 벌어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 자산운용의 대표였던 존 리(John Lee)는 주식을 한번 사면 적어도 3년에서 5년 정도는 투자한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가치투자로 평생 먹고 살았다는 점에서 경청할 만하다. 필자가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상장기업 빅데이터를 통해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대체로 3~4년(짧게는 1~2년)이 가장 적절한 보유기간이다.


다섯째, 설거지 단계인지 항상 체크할 필요가 있다.


한번 수익주기에 들어선 기업은 좀처럼 그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기업의 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후에도 대체로 기업은 놀라울 정도의 실적을 1~2년(간혹 더 오래) 동안 지속적으로 구현해 준다.


이 나머지 1~2년 실적 증가 기간은 대체로 기존의 매수자들이 멋모르는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 넘기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아무리 초보 투자자라도 무언가 그럴듯해야 주식을 살 것이기 때문에 기존 매수자들이 기업이 여전히 실적을 잘 내고 있는 것을 활용하여 주식을 떠넘기는 것이다.


설거지용으로 사용되는 기업의 가치를 아무런 공부도 없이 가치 있는 기업이라고 매수를 하는 경우에는 엄청난 손실로 이어진다. 여기서 피터 린치처럼 버티거나 피터 컨딜처럼 추가 매수를 하는 경우에는 투자자금이 거덜나서 결국 가치투자 이론 자체를 불신하게 될 것이다. 결국 가치투자와 정이 뚝 떨어져서 가치투자라는 말만 들어도 몸에 경기가 일게 되는 것이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이런 연유로 가치투자에 관심을 가졌다가 가치투자와 멀어지게 된다. 그런데 조금만 유의하면 설거지 단계에 있는 주식은 대체로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다. 최근 3~4년간 지나치게 주가가 오른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종종 설거지 시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거나 투자포인트를 잘 정리한 보고서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 점은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읽을 때 항상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것이 그들의 판단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일반 투자자가 알기는 어렵다. 요즈음은 유튜브를 이용한 설거지 작업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서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설거지 시점에서는 아무리 기업의 실적이 잘 나올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와도 이때는 3~4년 (또는 1~2년) 동안 가지고 있던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가치투자를 한다는 것은 기업의 가치를 계산하고, 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때까지 인내하고, 설거지 단계에서 투자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일련의 과정을 실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저작권자 Ⓒ 윤진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출처를 표시하여 내용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2년 12월 29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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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1-08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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