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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배 HMM 신임 대표, '새 주인 찾기' 어떤 역할 맡을까

- '채권단 관리' 더이상 유지 어려워...주주 가치 업그레이드 목소리 높아

  • 기사등록 2022-04-01 17: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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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호(號)에 김경배(58) 대표이사가 새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그가 HMM의 현안인 '새 주인 찾기'에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MM은 신임 대표이사에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을 선임하고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에서 이를 의결했다. 김경배 대표는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현대위아 대표이사와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수행 비서를 10년 가량 수행했다.    


◆HMM 새 주인 찾기, 더 미루기 어려워


김경배 신임 대표에게 '새 주인 찾기'는 더 미루기 어려운 현안이다. 회사가 '채권단 관리' 상태에 있다 보니 벌어지고 있는 불협화음과 갈등이 폭발 직전에 있기 때문이다. 


HMM은 지난해 말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김경배(오른쪽 두번째) HMM 대표이사가 2018년 현대위아 대표이사 시절 경남 창원에 위치한 창원공장을 방문해 시찰하고 있다. [사진=현대위아]

HMM 선원노조는 지난해 8월 파업을 의결했다. 동종업계 대비 지나치게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달라며 임금 25%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같은 시기 HMM 육상노조도 파업을 의결했다. 결국 9월 2일 임금 7.9% 인상과 성과급 650%를 지급하는 것으로 파업 위기는 극적으로 타결됐다. 해운업계의 한 인사는 "이 사건은 채권단 관리에 있는 회사 경영진이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주주들이 HMM에 요청하고 있는 주주가치 업그레이드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HMM 주주총회장에서 일부 주주들이 주주가치 업그레이드를 위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 재고 등을 요청하자 배재훈 당시 대표는 "기존 계약조건에 따라 실행돼 회사 차원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HMM이 산업은행(20.77%), 해양진흥공사(20%) 주도의 채권단이 관리하고 있으니 HMM 경영진 입장에서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HMM의 내부 관계자도 "채권단 관리 하에서 오래있고 싶은 회사는 없을 것"이라며 "하루 빨리 새 주인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현대차 유력 후보 거론


새 회사 주인 찾기와 관련,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HMM측도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현재 HMM의 인수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이다. 여기에 SM그룹도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한화, CJ도 거론되고 있지만 자금 여력이나 기업 전략 측면에서 부합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HMM의 대주주는 앞서 언급한대로 산업은행(20.77%)과 해양진흥공사(20%)이며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지분은 70%까지 높아진다.  


HMM 인수를 위해 '새 주인'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자금은 5조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HMM 시가총액이 14조원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민영화가 불가능한 만큼 단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을 새 주인이 인수토록 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현금 5조원은 현재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모두 충분한 여력이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현대차는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 14조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연결 기준으로는 25조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도 별도 기준 11조60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연결 기준으로 18조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선 'HMM 알헤시라스호'가 컨테이너를 가득 채운 만선으로 지난 2020년 5월 중국 얀티안에서 유럽으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HMM]

문제는 어느 쪽이 HMM과 더 '궁합'이 맞고 인수를 원하느냐이다. 


일각에서는 김경배 신임 대표가 '현대맨' 경력을 갖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인수 시그널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업계 사정을 아는 한 전문가는 "국내에 해운 CEO를 할만한 물류 전문가가 많지 않다. 김경배 대표는 대표적인 물류 전문가이며 선택지가 극히 좁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오히려 기업 전략 측면에서는 포스코가 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지난달 2일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2030년까지 포스코의 기업가치를 3배 이상 높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M&A라는 것이다.  


포스코가 조(兆) 단위 M&A를 집행한 가장 최근 사례는 2013년 글로벌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의 캐나다 철광석 지분 15%를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10년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번 '대어 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2018년 동박 회사 KCFT(현 SK실리넥스) 인수에 나섰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 


현대차그룹측은 "HMM을 인수해도 사업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글로비스가 HMM을 인수해 합병하면 거대 물류기업이 탄생하지만 사업 영역이 달라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1999년 당시 유동성 위기를 맞은 HMM에 5600억원 규모 지급보증에 나서며 HMM 지분 0.55%를 확보했는데 모두 처분한 상태다. 


최종적인 '새 주인'은 산업은행이 국가 경쟁력과 비즈니스 환경을 감안하고 김경배 대표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배 대표는 최근 실장급을 포함한 인사를 단행했다. 


◆HMM, '만년 적자→우량 기업'...산업은행 '구원투수' 역할 톡톡 


HMM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재탄생한 상태다. 해운업 사이클이 10~20년 장기간에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기업이 HMM을 인수해도 우량 기업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HMM은 지난해 매출액 약 13조원, 영업이익 약 7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60%를 훌쩍 넘는 ‘대박’ 실적이다. 이러한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11년만에 배당을 결정하기도 했다. 


HMM의 턴어라운드에는 '천운(天運)'이 따랐다. 2020년 코로나19를 계기로 국제 물동량이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일시적으로 움츠러들었던 수요가 이커머스 시장 활성화로 이어졌고, 수요가 증가한 반면 반면 공급량은 한계가 존재했다. 물건들이 항만에서 장기 적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물류 대란’이 심화됐고 해상 운임료가 증가했다. 대표적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화물운임지수(SCFI)가 지난 1월 5000선을 돌파하며 2020년 6월의 925.50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SCFI(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 추이. [이미지=Shanghai Shipping Exchange]

특히나 HMM의 초대형선 20척이 제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며 큰 역할을 했다. HMM의 초대형선들은 지난해 총 169번의 항차 중 131번의 만선(滿船)을 기록했고, 누적 운송량은 300만TEU(컨테이너 단위)를 돌파했다. 


최근 10년간 HMM(옛 현대상선)의 영업이익(손실)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여기에는 산업은행 역할이 컸다. 산업은행은 먼저 HMM에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CB(전환사채)로 전환했다. 이는 HMM의 해외 터미널 자산 인수에 사용되며 HMM의 경영 정상화에 기여했다. 정부 역시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해운산업 회복에 힘썼다. 해운업 특유의 비탄력적 공급을 고려하고,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90% 이상의 교역량이 해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국가 기간산업으로 지정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HMM의 실적과 주가가 오르자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 CB(전환사채)의 전환 청구권을 행사하며 약 2조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챙겼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HMM 케이스는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과 국책은행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구조조정에 따른 회생이 또 다른 산업과 기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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