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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혁신 경영으로 원가인상 흡수...'나홀로' 가격 동결

- '착한 포장 프로젝트' 등으로 원가 절감

- 코로나19 수혜... 홈스테이 ‘스낵’ 판매↑

  • 기사등록 2021-09-02 1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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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해마다 영업이익률 두 자리 수에 사실상 무차입 경영 실현. 이를 통해 원가 인상 요인을 경영 혁신으로 자체 흡수하는 우량 제과회사. 


'초코파이'로 잘 알려진 오리온(부회장 허인철)을 따라 다니는 수식어이다. 국내 제조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6%임을 감안할 때 조(兆) 단위 매출액을 기록하는 기업이 해마다 1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란 쉽지 않다. 오리온의 나홀로 '가격 동결' 선언에는 이같은 우량 혁신 경영이 있기에 가능했다. 

 

오리온이 최근 식음료∙제과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 발표에도 '제품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모든 품목 가격 동결…경영 혁신으로 원가인상 흡수


오리온은 지난 8월 23일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 기류에도 국내 전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법인 및 러시아 법인은 계속되는 원재료 단가 인상의 흐름에 따라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리온은 지난 2013년 이후 국내 가격 동결을 유지해왔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가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최근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과 대비된다. 


서울시 용산구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오리온 역시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제과의 주요 성분인 쇼트닝, 전분당 및 프라잉 오일의 가격이 인상되고 올해 소맥 가격이 전년 대비 27%, 팜유 가격은 71% 상승했다. 과자의 주원료인 국제 밀 가격 역시 8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오리온의 원재료 가격추이를 살펴보면 유지류가 올해 상반기(1~2분기) 기준 국내 ㎏당 1566원, 수입 ㎏g당 2137원으로 지난해 상반기(국내 ㎏당 1261원, 수입 ㎏당 2542원)에 비해 국내 품목은 24.18% 상승했으나 수입 품목은 15.93% 가격이 하락했다. 감자나 고구마 등의 작물을 통상 지칭하는 서류는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당 665원, 수입 ㎏당 1058원으로 지난해 상반기(국내 ㎏당 647원, 수입 ㎏당 926원)에 비해 국내 품목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수입 품목은 14.25% 증가했다. 


더밸류뉴스의 조사 결과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에 유지류 가격이 하락해 보이는 것은 지난해 '사전구매계약'한 가격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올해 수입 유지류 가격이 낮게 표시되는 것은 지난해에 가격이 낮을 때 '사전구매계약'을 진행한 가격이 공시 돼있기 때문이고, 수입 유지류 사용 비중은 20%로 크지 않으며 재고소진에 따라 오른 가격의 유지류를 구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구매계약과 별도로 현재 계약을 진행중인 수입 유지류의 가격은 역시나 오른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오리온의 국내 제품 가격동결을 발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영혁신으로 원가인상을 흡수한 덕분이다. 효율성을 증대해 원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리온은 지난 3월 생산, 설비, 관리 등 6개 부서의 실무 담당자들로 구성된 ‘그린 TFT(Green Task Force Team)’을 신설했다. ‘그린TFT’는 전사적 차원에서 탄소배출 감축 목표 설정, 데이터 통합 및 관리, 에너지 절감 등의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특별팀이다. 공장의 제조 공정뿐 아니라 제품의 개발, 생산, 판매, 폐기 등 제품의 전 과정에 걸쳐 적용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청주공장과 익산공장에서 농식품부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진행해 친환경 설비를 구축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공정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오리온그룹을 이끄는 담철곤 회장은 이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3년 영입된 허인철 부회장은 이듬해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제품에 집중하는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포장지는 줄이고 △제품 용량은 늘리고, △가격은 동결한다는 요지의 프로젝트는 당시 제과업계의 ‘질소 과자’로 풍자되는 과대포장 논란에 실망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오리온이 가격은 동결하면서 제품 중량을 늘리자 3개월동안 평균 매출이 15% 증가하는 소비 효과가 나타났고 그 이후 오리온에서는 가격 인상 정책을 고려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됐다. 담철곤 회장이 참석하는 임원회의에서도 ‘가격 인상’은 거론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는 전언이다. 담철곤 회장은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원칙을 최우선으로 삼고 경영에 임하고 있다. 


오리온의 친환경 포장재 제품 사진. [사진=오리온]

이후 오리온은 가격은 동결하면서 주요 스낵 제품의 포장재 면적을 7~21% 줄임과 동시에 초코파이, 포카칩 등 대표 제품군을 포함한 16개 제품의 양을 꾸준히 늘렸다. 이 결과 오리온의 제품 내 빈 공간 비율은 환경부 기준인 35%보다 10% 낮은 25%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험적 분석을 통해서 오리온은 올해 가격을 올릴 수 있었음에도 ESG경영을 기반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착한 기업’이 되고자 가격 동결을 선택한 것이다. 이미 SNS상에서는 오리온이 가격 동결을 발표하자 ‘갓리온(갓+오리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긍정적인 인식을 얻었다. 


오리온은 소비 수요 증가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시장 변화로 발주량이 증가하더라도 감당할만한 공장 가동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현재 음식료품을 만드는 익산과 청주 4개 공장의 평균가동률은 55.82%이다. 통상적으로 공장의 가동률이 80%를 넘으면 이른바 ‘포화 상태’가 돼 추가적인 증설을 고려해야 하는데 오리온은 현재 적정한 공장 가동률을 유지해 추가적인 발주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오리온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비용도 대폭 줄였다.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오리온의 광고선전비용은 47억원이다. 매출액대비 광고비용을 따져 보면 1.19%가 나온다. 이는 동종업계의 롯데제과(광고선전비 207억원, 매출액대비비중 2.74%), 해태제과(광고선전비 37억원, 매출액대비비중 1.39%)와 비교해 봤을 때도 낮은 비율이다. 


◆올해 상반기 고(高) 영업이익률 16.78%


올해 양호한 실적을 보이는 것도 가격 동결에 힘을 실어준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1~2분기) 오리온은 별도기준(국내) 매출액 3937억원, 영업이익 661억원(영업이익률 16.78%)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비 각각 5.01%, 12.0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5%p 증가했다. 동종업계들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실적이 하락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최근 4년간 별도기준 오리온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또한 오리온은 높은 ROE(자기자본이익률)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별도기준 10.14%의 ROE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인 제조업 평균 ROE가 5~6 정도 됨을 감안할 때, 현재 업황에서 10% 이상의 ROE를 보여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ROE를 구성하는 세가지 지표는 크게 총자산회전율, 매출액순이익률, 재무레버리지이다. 


먼저 총자산회전율을 봤을 때 별도기준 811억원의 매출매권을 보유하며 전년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재고자산 역시 57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JIT(Just In Time. 즉시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JIT란 재고를 쌓아 두지 않고서도 필요한 때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방식을 말한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 역시 전년비 1.05%p 증가하며 순이익률이 증가했다. 재무레버리지를 나타내는 자본대비부채비율 역시 48.82%로 전년 49.25% 대비 0.43%p 감소했다.  정리하자면, 오리온은 ROE를 구성하는 3가지 요소를 적정 수준으로 잘 관리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높은 이익률을 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수혜... ‘스테이홈’ 스낵 인기…닥터유 건강 브랜드 성장


오리온은 상반기 대표 스낵 ‘꼬북칩’의 인기가 계속되고 ‘콰삭칩’, ‘고추칩’ 등 신제품도 좋은 호응을 얻으며 스낵 카테고리의 선전을 이뤘다. 특히나 유명 아이돌 ‘브레이브걸스’의 멤버 ‘유정’이 꼬북칩 모델을 맡으며 화제가 되었다. 아이돌 멤버 ‘유정’은 ‘포켓몬스터 꼬북이’ 닮은 꼴로 팬들 사이에서 이전부터 꼬북칩 광고와 어울리겠다는 평을 받아왔다. 오리온은 모델 계약 후 ‘꼬북칩 브레이브걸스 유정 한정판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오리온의 '꼬북칩' 브레이브걸스 유정 한정판 패키지. [사진=오리온]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먹는 홈스낵, 홈트 등 ‘스테이홈’ 관련 제품들의 성장도 큰 힘이 됐다. 오리온은 올해 온라인 채널 매출을 자체 분석한 결과 여가시간을 집에서 보냄에 따라 온라인 소비 경향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간편대용식인 ‘오!그래놀라바’ 등이 간편하게 한끼를 먹을 수 있어 인기를 얻었고, 여러가지 스낵을 묶어 판매하는 ‘스낵번들’ 제품은 전년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유지됨에 따라 저녁 이후에는 3인 이상 식사 및 모임이 불가능하자 집에서 간단하게 술이나 간식을 즐기는 문화가 생기며 스낵 소비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건강과 헬스케어가 중요시되는 문화가 강해지면서, 오리온의 건강브랜드 ‘닥터유’ 브랜드도 전년비 51% 성장했다. 닥터유 브랜드는 올해 1월~7월까지 누적매출액이 450억원을 넘겼고 이는 전년 동기 75% 이상 급증한 실적이다. 오리온은 닥터유 브랜드를 기존 ‘제과’에서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으로 확대하는 등 브랜드를 강화하고 ‘닥터유 구미 아연’과 ‘닥터유 구미 콜라겐’ 등의 기능성 식품을 선보인 바 있다. 


오리온의 건강브랜드 '닥터유'의 제품들. [사진=오리온]

다만 오리온 중국 법인과 러시아 법인은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중국 법인은 오는 9월부터 초코파이 등 파이 4종의 가격을 6~10% 인상하고, 러시아 법인은 오는 10월부터 파이, 비스킷 등 전품목 가격을 약 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생산∙물류 관리, 글로벌 통합 구매 관리, 원가비용 절감 이 삼박자가 모두 어우러져 녹록치 않은 업황에도 가격 동결을 실시할 수 있었다”며 "이번 국내 가격 동결을 기점으로 고객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전사적 협력을 다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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