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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단상] 시장 전망과 정보로 돈을 벌 수 있을까?

  • 기사등록 2018-04-14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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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우리가 흔히 투자와 관련해 궁금한 것들을 나열해 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유형일 것이다.  


‘지금 돈 될 만한 종목은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강남 아파트를 사야 하나?’
‘바이오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추격 매수해야 하나?’
‘돈 되는 정보는 어디서 구해야 하는가?’
 
거칠게 궁금증을 구분해 보면, 2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시장 전망이다. 크게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 전망일수도 있고, 작게는 종목이나 지역 혹은 구체적인 부동산 물건이 될 것이다. 둘째, 정보이다. 한 마디로 돈 되는 정보의 출처와 그 내용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를 찾아 헤맨다고 해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빗나가는 시장 전망

 

먼저 전망은 때때로 아니 너무 자주 틀린다. 한 때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대단한 예측가들의 주머니는 투자 보다는 강연료나 인세로 두둑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측가들의 상품성은 낙관론 보다는 비관론에서 더 높다. 인간의 심리적 편향 탓이다. 인간은 이익 보다 손실에 민감하다. 행동 경제학에서는 이를 ‘손실 회피 감정’이라고 한다. 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감정을 '숫자'로 표시하기도 하는데,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 보다는 손실에 2-3배 정도 민감하다고 한다. 나의 재산 상태에 충격적인 결과를 미친 대형 사건을 예측한 인물이 크게 다가오는 건 자연스런 인간의 감정일 터이다. 


비관론이 더 높은 상품성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반드시 몇 번은 적중하기 때문이다. ‘고장 난 시계 전략’이다. 오랜 동안 주식이 떨어질 것이라고, 부동산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다 보면, 고장 난 시계가 두 번은 맞듯 그 주장이 적중할 때가 있다. 이 때 그들은 선지자처럼 말한다. “내가 과거에 예측한 대로 되지 않았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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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버핏연구소]

 

만일 당신이 합리적인 이성의 소유자라면, 그의 주장을 시계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전체 예측 중 적중률이 몇 %인가를 따져보면, 그들의 형편없는 예측 실력은 고스란히 들어날 것이다. 예측 능력과 투자 실력이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경제학자들을 봐도 잘 드러난다. 경제 예측을 직업으로 삼는 경제학자들의 재테크 성적표는 대개 보잘 것 없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보도 대개 믿을 게 못된다. 매입만 하면 로켓처럼 가격이 날아갈 수 있는 화끈한 정보는 파국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주위 친구, 증권사 직원, 회사 선후배 등을 통해 듣는 정보로 부자가 된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정보로 인해 가난해지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매일 매일 시황을 전달하는 증권 방송도, 종목 상담 전화도, 내부자 정보로 포장되는   ‘카더라 통신’도 당신의 호주머니를 불려주지 않는다. 


전망도 아니고 종목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분석’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뛰어난 예측가’ 보다는 ‘꼼꼼한 분석가’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꼼꼼한 분석가는 자신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생각한다. 자신이 잘 알 수 있고 분석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범위로 투자 대상을 좁힌다. 더 좋은 투자 기회라고 여겨져도 자신이 잘 알지 못하고 분석할 수 없으면, 투자를 삼간다. 설사 그것이 대박으로 판명이 나도 쓴 입맛을 잠시 다시고는 자신과는 인연이 아니라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워런 버핏의 파트너이자 버크셔 헤더웨이 부회장 찰리 멍거는 투자와 능력 범위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투자 게임이란 남들보다 미래를 더 잘 예측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예측하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것은 욕심이다. 그래서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의 능력의 영역을 제한해야 한다. 자신이 잘 알고 할 수 있는 분야로 집중에서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계 인정하고 대안 찾아야

 

능력 범위는 종목 선택일 수도 있고, 사람 선택일 수도 있다.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를 알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가치투자의 교훈을 ‘사람(투자가)’에게 적용한 인물이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벤치마킹하는 투자가인 로버트 하일브론이 그 주인공이다.


본인도 뛰어난 투자가였지만 그는 자신 보다 더 뛰어난 투자가에 돈을 맡기는 방식으로 부를 일궜다. 그가 맡긴 대표적인 인물들이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자민 그레이엄의 그레이엄-뉴먼 투자회사에서 일했던 워런 버핏과 월터 슐로스, 하일브론은 버핏이 고향에서 투자조합을 설립한 지 1년 뒤에 투자를 했고, 그 뒤로 월터 슐로스에게도 돈을 맡겼다. 그는 이들 외에 다른 가치투자자들에게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직접 투자의 세계를 떠나 버렸다.


버핏의 직장 동료였고 평생 지기였던 월터 슐로스(1916~2012. 아래 사진)의 이야기도 한결같다. 그는 당대 최고의 투자가가 버핏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의 투자 실력이 자신 보다 낫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버핏이 산 종목을 사지 않았다.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란 말인가. ‘버핏 따라하기’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의 얘기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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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대가 월터 슐로스(1916~2012). [사진=슐로스 개인 홈페이지]

 

"나는 어떤 주식이 내 생각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매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항상 50~100개 주식을 보유했다. 심리적으로 나는 워런 버핏과 다르게 만들어졌다. 워런처럼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는 훌륭한 분석가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업들을 잘 판단하는 사람이다. 나는 나의 한계를 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장 편한 방식으로 투자하려 한다."


결국 슐로스는 자신의 능력 범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편한 방식으로 투자를 했던 것이다.
능력 범위를 알고 그 안에서 분석하고 편안한 투자를 하는 것, 이것이 전망이나 정보에 의한 투자 보다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정이었다는 점은 수많은 일류 투자가들이 보여준 생생한 교훈이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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