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풍경은 씁쓸한 모순을 안고 있다. 당국은 ‘아시아 최초의 독립 난민법 제정국’이라는 위상을 내세우지만,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들의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이들을 향한 ‘무임승차’나 ‘먹튀’라는 비판은 철저한 사회적 오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난민 신청 1만4626건 중 미등록(불법체류) 신청자는 단 2.9%(427명)에 불과했다. 누적 신청 건수로 보아도 86%가 합법적 체류 상태에서 보호를 요청했다. 대다수의 난민이 투명한 절차 속에서 생존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낙인과 제도의 벽은 이들을 의료권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현재 우리 의료보험 제도는 경제 활동이 제한된 난민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실제 소득과 상관없이 전체 가입자 평균 보험료를 부과하고, 한 집안의 가족을 쪼개어 고지서를 남발하는 방식은 가혹한 장벽이다. 이처럼 고액의 보험료를 강제하고 체납 시 체류권까지 압박하는 처사는 사회보장이라기보다 행정 편의주의적 규제에 가깝다.
이러한 사각지대는 당국의 심사 적체와 맞물려 생존 위협으로 이어진다. 전국에 단 40명뿐인 전담 인력이 심사 과부하에 시달리며 1차 심사 소요 기간은 지난해 기준 평균 18개월까지 늘어났고, 대기 건수는 2만9078건에 달한다. 정부는 이 적체의 책임을 제도 오남용으로 돌리며 재신청을 신속히 각하하는 ‘난민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재신청자 중에서도 심사를 거쳐 난민 인정(91명)이나 인도적 체류 허가(222명)를 받아낸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효율성 만능주의와 사후 통제 중심의 기조는 예산 불균형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법무부의 ‘난민신청자 긴급의료비 지원’ 예산은 2080만원으로 전년도 수준에 묶여 있다. 반면, 심사와 소송 관리 비용을 포함한 ‘난민인정심사’ 예산은 43억6904만원에 이른다. 최소한의 치료를 위한 인도적 예산보다 이들을 심사하고 관리하기 위한 행정 예산에 4배 가까운 재원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이 건강보험료 체납 외국인의 정보를 지자체와 공유해 체류 자격을 제한하고 추방하는 가혹한 조치를 강행하는 것처럼, 관리와 배제 중심의 정책만을 벤치마킹하는 사이 정작 보호받아야 할 난민들은 벼랑 끝으로 밀려나고 있다.
사회보험의 본질은 비용과 편익의 계산이 아닌, 이웃을 함께 품어 안는 사회적 연대에 있다. 정부는 체류 자격과 복지 제도를 연계해 압박하는 행정을 지양하고, 사회보장과 출입국 관리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난민 신청자와 이주민의 현실을 반영해 평균 건보료 부과 체계를 개편하고, 실질 소득에 비례한 요율 적용과 의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경계에 선 자의 건강권을 제도적으로 포용하는 것, 이것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 보여줘야 할 공공성의 책임이다.
김도하 더밸류뉴스 금융증권부 기자. [사진=더밸류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