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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ksb3433 ]

역사는 불황과 호황의 반복

세계경제는 불황과 호황이 반복되어 왔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황에는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에 어떤 의미를 제공하는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불황은 역사적으로 이미 수십 차례 형태만 다를 뿐 반복적으로 이뤄져 왔다. 따라서 불황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공통되고 일관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올바른 투자 전략을 세우는데 몇 가지 귀중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불황 이후에는 대개 ‘빈부 격차’가 심화된다. 디플레이션이든 인플레이션이든, 아니면 금융 위기든 위기 뒤에는 빈부 격차가 가속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세계에서 중산층이 가장 많고 튼실하다고 얘기했던 일본도 1990년대를 거치면서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이후 1980년대에 우리의 사고를 지배했던 ‘중산층 신화’가 무너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빈부 격차는 단순한 계층·지역 간의 문제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산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주식시장이 대표적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모든 기업들 간에 이익의 많고 적음의 차이가 존재할 뿐 생존의 문제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불황이 오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줄고 기업들의 투자도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급격히 감소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쟁력이 없는 기업부터 시장에서 도태되기 시작한다. 대개 자신의 분야에서 1~2등 하는 기업들은 불황을 버틸 수 있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심각한 지경에 놓이게 된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부도가 나 버린다. 시장은 쪼그라들었지만 경쟁 업체들의 시장 실패로 인해 생존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점점 ‘승자 독식 시장’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후 시간이 흘러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경쟁자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생존한 기업들의 수익은 이전보다 더욱 늘기 시작한다. 주가는 전적으로 수익에 달려 있다. 수익이 늘면 언젠가는 주가는 오르게 마련이다.

 

불황

불황. 사진=픽사베이

 

불황 이후 ‘빈부 격차’ 심화

부동산 시장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곤 한다.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 구매력의 차이로 인해 주택 시장에서도 차별화 현상이 발생한다. 인간은 본성상 소득이 늘어나면 보다 더 좋은 집을 원한다. 고급 주택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자신의 주택에 대한 준거점(reference point)을 바꾼다. 흔히 부자들의 소비가 일반인들에게 확산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도 고급 주택이 늘어나면서 주택에 대한 준거점이 바뀐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주택에 대한 준거점의 변경은 자칫하면 사회적 자원 배분의 비효율화를 낳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도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 중에 하나가 맞벌이 부부들의 파산이다. 이들이 과도한 소비를 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거주비용과 교육비용의 증가 때문이다. 미국의 로버트 프랭크와 같은 경제학자는 사회적 자원의 비효율화를 막고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해 세금 제도 등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당국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이런 시기는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도태시켜 시장을 정화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때이지만, 무작정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 실업률 상승이라는 암초를 만나게 된다. 세계 어떤 나라 국민이든지 자신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정부를 좋아할 리 없다. 경제 논리로는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끝내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지만 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정부 정책은 인기가 없다. 그래서 어떤 나라든지 정치인들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기업들의 성장과 투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사실 어떤 쪽이 맞는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정부 정책은 이 두 가지 양극단의 어느 지점에서 이뤄진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일례로 1997년 아시아 통화 위기 당시 경제 논리로 아시아 국가들에게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적용했지만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정작 자신들이 위기에 빠지자 기존의 자신들 논리와 사뭇 다른 방식으로 경제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큰 위기’ 뒤에는 ‘큰 장’

불황의 역사가 보여주는 또 다른 사실은 단언할 수 없는 것이지만 큰 위기 뒤에는 큰 장이 섰다는 점이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세계경제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경제는 회복에 성공했고 이후 1970년대 초 오일 쇼크가 발생하기까지 10년 이상 초호황 국면이 나타났다. 또다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이후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중간 중간 크고 작은 경제 위기를 겪었지만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었다. 만일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도 유효하다면 이 어려운 시기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 정책의 변화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대공황 이전까지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은 자유화였다. 우리가 ‘신자유주의시대’라고 부르는 1980~2000년대보다 더 규제가 없었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을 맞으면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문제 제기가 일어났다. 바로 ‘대공황의 경제학자’라고 불리는 존 메이나드 케인스 경의 유효 수요 이론과 불황기의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 정책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거치면서 케인스 이론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 교수와 같은 인물이다. 1980년대 초부터 규제 완화, 시장 중심주의 등의 사고방식과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말처럼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나친 방임과 자유화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 물론 과거와 같은 지나친 규제는 없겠지만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려울 때 나설 수 있는 것은 정부밖에 없다는 인식이 이젠 지배적인 사고로 등장하고 있다. 투자의 입장에서 보면 또다시 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역사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작용한다. 지나친 자유가 문제를 낳으면 다시 규제로 돌아서고 규제의 강도가 깊어지면 자유화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다. 오랫동안 가격이 하락하면 다시 언젠가는 상승하는 국면이 오고, 가격 상승이 과도하면 하락하는 국면이 온다. 지금은 매우 어려운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보다 멀리 내다보는 역사적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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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28 0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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