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문득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이, 또 가족이 보고 싶어진다, 애써 보고 싶은 사람을 불러내 만나서 해결되면 좋으련만, 사람을 만나 데워진 온기도 잠시뿐이다. 만남에는 언제나 끝이 있으니, 결국 다시 혼자가 되고 만다. 그럴 때면 허전함과 쓸쓸함은 배로 늘어난다. 진득하게 하루 종일 누군가와 붙어서 생활할 수 있다면 이 외로움이 좀 덜어지지 않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연결된 SNS의 시대에도, 우리는 왜 점점 더 외로워져만 갈까? 고민하던 내게 책 ‘혼자의 시간으로 더 깊어지는 법에 관하여’는 단호하게 말한다. 당신의 외로움은 혼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혼자의 시간으로 더 깊어지는 법에 관하여’ 레누카 가브라니 지음, 최유경 옮김, 퍼스트펭귄. [이미지=알라딘]
‘당신은 언제 외로움을 느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 책은 외로움에 대한 오해를 깨부순다. 어쩌면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였을 수도, 수많은 인파 사이를 지나 퇴근하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 직장 동료들과의 커피 한잔 마시며 수다 떠는 시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시끌벅적한 술자리, 심지어는 연인과 함께 다정하게 데이트하는 순간에도 어느 순간 혼자 겉도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순간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찾은 답은 간단하다, 당신 자신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서 나를 찾을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순간, 외로움이 나의 내면에 집을 짓는다. _ ‘혼자의 시간으로 더 깊어지는 법에 관하여’ 중에서
내 안에 ‘내’가 없어서 생기는 외로움을 해결하려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챙겨주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외로워질 때면 나를 들여다보기를 외면하고 사람을 찾는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진정한 우정 혹은 평생의 사랑을 찾는다면 다시는 외로울 일 없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식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 필요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면 자꾸만 사람에게 의존하고, 매달리는 관계가 되기 마련이다. 상대방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꾸며내는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진정으로 서로 연결될 수 없고 더욱 외로워질 뿐이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도 고독도 아니다. 그저 시간일 뿐이다. 당신이 그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라벨이 붙을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 라벨의 이름은 당신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_ ‘혼자의 시간으로 더 깊어지는 법에 관하여’ 중에서
이 책은 혼자라는 고독을 사랑하는 사고방식을 가꿔보길 권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시킬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무엇을 했을 때 행복했는지, 어떤 가치를 이루고 싶은 사람인지, 자신의 꿈은 무엇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들여다보며 나 혼자만의 시간이 공허하지 않도록 채워나가자고 조언한다.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갖춘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테다. 더 나아가 내가 정말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삶까지 덤으로 찾아올 것이다.
자기애는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성격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스스로를 바꾸거나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도 아니라 그저 당신이 당신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내면 깊은 곳에 당신만의 집을 짓는 일이다. _ ‘혼자의 시간으로 더 깊어지는 법에 관하여’ 중에서
외로워지는 게 싫어서 혼자 있기를 피해 왔다면 이제 용기를 내어 혼자만의 시간으로 뛰어들어 볼 때다. 잠시 SNS 창은 꺼놓고 그동안 외면해 왔던 ‘나’라는 숙제를 풀어보자. 나도 몰랐던 자신을 덕질하듯 나를 찾아 깊이 파고들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함께할 유일한 존재인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소중한 나를 잃지 않기를, 그리하여 인생이란 기나긴, 그리고 굴곡진 마라톤 코스를 나만의 페이스로 즐겁게 완주하길 응원한다.
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