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기나긴 연휴, 출근하지 않는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시간을 빠르게 흘러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출근에 머리가 아파진다. 지난 금요일 회사에 잠시 두고 나온 걱정과 불안이 어느새 내 뒤를 쫓아온 것이다. 밀려 있는 업무 메일, 불편한 직장 사람과의 만남, 아침부터 잡혀 있는 회의….
꿀 같은 연휴가 아직 남아 있건만 마지막까지 야무지게 즐기긴커녕 벌써 일할 생각에 골치 아파하는 시간이 아깝지만 떨쳐버릴 수 없다. 사무실에 돌아가면 마주할 문제들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지만 그럴수록 깊어지는 ‘사서 걱정’의 늪에 빠진다. 어떻게든 고민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 치던 그때, ‘일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이 말을 걸어왔다. 그 고민, 철학이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이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 애니 로슨 지음, 박지선 옮김, 프런트페이지. [이미지=알라딘]
일이라는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탄 누구나 사기가 꺾이는 경험을 한다. 또 애초에 일이라는 시스템은 우리가 행복해지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일은 우리의 기분에는 무관심하고 우리가 이룬 성과에만 보상을 지급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힘들고 지루할 리도 없다.
_ ‘일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 중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은 일하는 것의 ‘일’ 자만 생각해도 고통스러운 당신, 이 책을 읽으면 고통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는다. 일에서 오는 고통은 일하는 이상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이기 때문이란 냉정한 진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대신 우리와 같은 처지로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어차피 일해야 한다면, 덜 고통스럽게 일하는 법을 찾았다고 말이다. 쓸데없는 회의의 연속에 몸서리치던 그가 짧은 점심시간을 틈타 서점 산책을 하다 마주친 책 ‘명상록’을 시작으로, 그는 스토아 철학에서 매일 직장에서 생기는 사소하지만 삶의 질을 좌우하는 이런저런 문제들을 해결할 힌트를 찾았다.
에픽테토스는 사실 우리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도 잘 통제하지 못하며 병에 걸리기 쉬운 몸도 통제할 수 없다. 우리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고방식, 그리고 사물과 사람과 사건에 대한 판단밖에 없다.
_ ‘일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 중에서
책에서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당신의 행동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바꾸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일에 관한 불안과 짜증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것이다.
일을 하며 생기는 대다수의 걱정은 어차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도 아니고, 당신 혼자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내 손을 떠난 영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무리해서 주어진 현실을 바꾸려고 애쓰는 태도를 내려놓는다면, 마음속 불안의 파도도 잠잠해질 것이다. 불필요한 부정적 감정을 걷어내면 오히려 문제를 해결할 진정한 해답이 보이기까지 한다.
시간이 증발해 버리는 것만 같다고 생각하게 될 때는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며 모든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만 쓸 수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래를 통제하려고 해도 결국 뜻대로 흘러가지 않기 마련이고 그럴수록 오히려 시간의 제약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지금의 우리는 미래의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현재의 시간뿐이다.
_ ‘일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 중에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려서, 열심히 일하고 또 일했는데 아직 수요일도 채 되지 않아서, 주말의 여유를 아주 잠깐 즐겼을 뿐인데 어느새 월요일이어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본 고민일 것이다.
시간은 왜 내 마음 같지 않은지, 빠르게 가라고 할 땐 거북이처럼 느릿하게 가고, 느리게 가라고 할 땐 번개처럼 지나가버린다. 시간 역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에 집중하여 현재의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시간을 내어주지 말고,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신경을 기울이자. 지금 이 순간순간을 잘 쌓아나가는 것만이 당신의 시간 고민의 파훼법이다.
스토아 철학의 지혜를 조금만 참고하면 살아 있음에 감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터의 삶을 더 잘 꾸려나갈 수 있고(일이 잘 풀리는 날에는 일을 더 의미 있게 여길 수도 있다), 일이라는 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_‘일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 중에서
쉬는 날에도 일 걱정을 떼어 놓지 못하는 것은 아마 당신이 일을 잘하고 싶고, 그로써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란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일을 잘하고 싶다면, 당신의 모든 것을 갈아넣어선 안 된다. 자신은 없고 일만 남아서는 삶은 텅 비어버리기 마련이다. 자신을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현명하게 일하는 방법이 궁금한 당신에게 철학 공부를 권한다.
멀리 돌아가는 고리타분한 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철학이야말로 예부터 우리처럼 먹고 자고 일하며 사람들이 찾아낸 지혜가 벽돌처럼 쌓여 만들어진 길이다. 오랜 세월을 가로지르는 삶의 지혜를 당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당신의 일도, 삶도 더 이상 작은 사건에도 흔들리지 않는 벽돌로 지은 성벽처럼 좀 더 견고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변할 것이다. 아직까진 천방지축인 우리의 직장 생활도 언젠가는 반드시 슬기로워지기를, 출근을 앞두고 번뇌하는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