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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계엄령 이후 환율↑ 주가↓ 금융시장 신뢰도 '흔들'...한국 시장 취약성 드러났다

- 美 IB "한국 신용도 하락 가능성"...무디스도 '부정적' 전망

- 계엄령 선포로 시장 충격...전문가들 "펀더멘털 지키기가 과제"

  • 기사등록 2024-12-09 07: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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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산업부장]

현 정부는 금융 시장의 변동성과 불안감에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선포 이후 휘몰아친 불안감의 여파는 주식 시장뿐 아니라 우리 일상과 거리 곳곳에서 발견됐다. 불안했다가 안도하고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끓었다가 식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국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세계 금융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으로 한국을 저울질 중이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신흥시장 주식 수석 전략 책임자인 조나단 가너(Jonathan Garner)는 지난 4일 CNBC '스트리트 사인 아시아(Street Signs Asia)'에 출연해 "한국 시장이 글로벌 경제 침체와 무역 분쟁 속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다"며 월스트리트 은행의 한국 주식 비중 축소를 공식화했다.


알렘빅 파트너스의 매니징 파트너 제프리 케인(Geoffrey Cain)은 "한국은 홍콩과 대만 경제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권위주의 확산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계엄령 선포는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특히 스탠포드대학교 신기욱(Gi-Wook Shin) 교수는 "이번 사태로 한국의 양극화, 잠재적인 행정권의 과잉, 약화된 대중의 신뢰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랔다"고 지적했다. 시드니 로위 연구소의 동아시아 선임 연구원 리처드 맥그리거(Richard McGregor)는 "이번 사태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동맹 체제에 '잠재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일 오후 5시 윤석렬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표결이 무효화되면서 혼란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계엄령發 코스피 '강타'...2400선 무너지고 환율 1440원대 '급등'


지난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계엄령 선포는 다음날인 4일 국내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가져왔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24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1444.93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지난 6일 장마감 시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19.20원으로 소폭 안정을 찾았으나, 코스피 지수는 전일 종가 2441.85를 기록하며 약세를 이어갔다.

[박수연 칼럼] 계엄령 이후 환율↑ 주가↓ 금융시장 신뢰도 \ 흔들\ ...한국 시장 취약성 드러났다지난 1일부터 8일까지 환율 변동 추이. [자료=외환시장]도이치뱅크는 지난 4일 연구 노트를 통해 "현재 상황은 안정적이나,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배터리 주인 삼성전자(-1%), LG에너지솔루션(-2.8%), 현대자동차(-2.4%)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모건스탠리의 가너 전략가는 "한국 시장의 관세 문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점은 부정적"이라며 "반도체 사이클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고, 자동차 부문도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부진한데, 이 부문은 한국 시장에 상당히 많이 진출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로 이어졌다. 지난 4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420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관투자자들은 2800억원가량의 순매도로 가세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박수연 칼럼] 계엄령 이후 환율↑ 주가↓ 금융시장 신뢰도 \ 흔들\ ...한국 시장 취약성 드러났다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코스피 지수. [자료=한국거래소]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아시아 태평양 시장 책임자 토마스 매튜스(Thomas Matthews)는 "대통령 탄핵은 한국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며, 가장 최근인 2017년 탄핵 당시에도 한국의 주식 시장은 상당히 잘 버텼다"고 분석하며 시장의 과도한 공포심리를 경계했다. 그러나 이는 비상계엄 직후의 의견이다. 이후에 지속되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금융 시장에서의 한국 시장의 입지를 좁힐 것이 분명하다. 


◆한은총재 정상화 기대 vs IB 장기화 위험...경제전망 엇갈린다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정치적 혼란과 탄핵 가능성에 따른 경제 정책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나티시스(Natixis)의 수석 경제학자 트린 응우옌(Trinh Nguyen)은 CNBC에서 "계엄령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며, 현재 한국은 단기적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 잠재적 관세 문제 등 장기적 과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정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연 칼럼] 계엄령 이후 환율↑ 주가↓ 금융시장 신뢰도 \ 흔들\ ...한국 시장 취약성 드러났다대한민국 실질 GDP 성장률. [자료=S&P Global]TS롬바드의 수석 중국 경제학자 로리 그린(Rory Green)은 "쿠데타 실패로 인한 파급 효과는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고,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외교 정책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가 현재 추정되는 2.2%의 GDP 성장률에서 벗어나 전염병 이후 평균 성장률인 2.75%에 근접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여한구 전 한국통상부 장관은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이 시장 분석가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취약하지 않다"며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충격 없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즉각적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의 강력한 수출 경쟁력과 건전한 외환보유고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의 의견은 모두 계엄 직후, 빠른 회복을 염두에 둔 의견이다. 반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가레스 레더(Gareth Leather)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06년 쿠데타 이후 태국의 사례를 들며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이 공존하는 가운데, 정치 불안이 경제 불안으로 더 크게 번지지 않도록 한국의 펀더멘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점쳐진다.


◆트럼프 2.0 시대 앞둔 韓 조기 안정화 절실...'동맹 재정립·中관계' 과제↑


미중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정치 상황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중국과의 경쟁이 더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수출 성장은 양호했다고 하지만, 관세 부과 가능성과 중국의 경쟁력 급성장은 한국 경제의 위협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박수연 칼럼] 계엄령 이후 환율↑ 주가↓ 금융시장 신뢰도 \ 흔들\ ...한국 시장 취약성 드러났다대한민국 주요 수출국. 2023년 기준(2024년 4월 집계). [자료=스태티스타]

이번 사태로 한국의 한미일 3국 공조 체제에 대한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소위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동맹 관계 재정립, 일본과의 관계 재설정, 중국과의 입장 정립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더욱이 현재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여온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어 조속한 안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2만8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핵심 동맹국이자 동아시아의 안보와 경제 질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단순히 국내 문제를 넘어 역내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리스크를 조속히 해소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아시아 그룹 컨설팅의 선임 고문 에반 메데이로스(Evan Medeiros)는 "중국은 윤석열 정부의 리더십에 의해 촉진된 3자주의를 결코 좋아하지 않으며, 미국과 한국, 한국과 일본 사이에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정치적 불안정성을 반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시사한다.


체감상 2017년 탄핵 때보다 더 막막하다. 그때는 국회의 뜻이 하나로 모이기라도 했지, 지금은 두 갈래로 흩어졌다. 명백한 잘못에도 권력을 남용하면서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예산 심의 지연으로 인한 리스크도 뒷전이다. 미국이 올해 초 예산 한도 협상 지연으로 신용등급이 강등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경제가 휘청이고 환율이 고점을 유지하면 맨몸으로 현실과 부딪히는 건 국민과 자영업자들의 몫이다. 비상계엄 전과 후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2차 탄핵소추, 2차 계엄과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도사리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국가의 신뢰도를 추락시킬 것이다. 무디스는 이번 사태가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는 조속히 현안을 처리하고 국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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